ADVERTISEMENT

샴쌍둥이 수술 성공 … 마주 본 '사랑'과 '지혜'

중앙일보

입력

피말린 아홉시간. 사랑과 지혜 두 자매는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있었다. 평생을 등을 진 채 서로를 구속하며 살아가야 했던 이들이 의료진의 도움으로 운명의 굴레를 벗은 것이다.

사랑양 자매의 부모인 민승준씨 부부는 아이들이 건강하게 분리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눈시울을 붉혔다. 아이들이 태어난 뒤 지난 4개월 동안 자매의 수술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힘겹게 살아왔던 삶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던 것.

▲사랑과 지혜는 오전에 수술을 위한 사전 검사를 받은 뒤 낮 12시에 마취에 들어갔다. 그리고 오후 1시 본격적인 수술을 받기 시작했다. 자매는 네시간도 채 안돼 분리됐으며, 이어 성형 및 재건수술에 들어갔다. 수술은 신경외과.정형외과.소아과.성형외과 의사 등 50명이 협력해 이뤄졌다.

이번 수술을 집도한 케이스 고 박사는 이란의 성인 샴쌍둥이인 비자니 자매에 대한 분리수술을 해 주목을 받은 소아신경외과 전문의. 이번으로 그는 세번째 샴쌍둥이 분리수술 기록을 남겼다. 첫번째는 1991년 머리가 붙은 네팔의 신생아 분리수술이었다.

▲래플스 병원 주변은 22일 저녁 외부인 출입을 엄격히 통제해 몹시 긴장된 분위기였다.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13층 규모의 흰색과 갈색의 대리석 건물인 래플스 병원은 경비원 2명이 병실로 올라가는 통로쪽에 배치돼 로비에서부터 취재진과 외부인 출입을 철저히 통제했다.

병원 측의 '철통보안' 속에서 사랑.지혜양은 물론 부모에 대한 접촉도 불가능했다. 병원측은 의료진 모두가 수술 수당을 포기했고 병원도 역시 일부 비용을 할인해 줬다고 설명했다.

▲아버지 민승준씨는 수술 전 싱가포르 현지신문인 스트레이츠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정상적으로 자라 초등학교에 가길 원하지만 지금은 제대로 걸을 수만 있기를 바랄 뿐"이라며 초조한 부정(父情)을 드러냈다.

가족은 싱가포르에 도착한 후에도 아이들의 조부모가 영국 병원을 방문하는 등 수술을 하는 것에 대해 망설임이 많았다. 그러다 수술 도중 숨진 이란의 샴쌍둥이 비자니 자매를 지난 6월 만난 것이 결심을 굳히게 된 계기가 됐다고.

▲사랑양 자매는 싱가포르로 가기 전 국내 병원에서도 진료를 받았다. 아버지 민씨는 코리아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두 병원에서 진단을 받았으나 아이들이 항문을 공유하는 것으로 오진했다"며 "그래서 국내 병원에서 수술받는 것을 포기하고 외국행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두달 전께 아이들을 진찰한 한양대병원 소아외과 정풍만 교수는 "쌍둥이는 외관상 항문이 붙어 있었고, 그 이상 정밀 진단은 하지 않고 돌아갔다"고 말했다.

한국어린이보호재단(www.ilovechild.or.kr) 02-336-5242, ARS 060-700-1233.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