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美 신임 하원 외교위원장 "의회서 한국 전단금지법 다루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에 선출된 그레고리 믹스 하원의원은 이 자리에 오른 첫 흑인이다. [AP=연합뉴스]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에 선출된 그레고리 믹스 하원의원은 이 자리에 오른 첫 흑인이다. [AP=연합뉴스]

정부가 강행 처리한 대북전단금지법(개정 남북관계발전법)의 파장이 미국에서 계속 번지고 있다. 그레고리 믹스 신임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은 4일(현지시간) 한국의 대북전단금지법을 검토하기 위한 위원회를 소집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원 외교위원장이 공식 거론한 만큼 상임위인 외교위에서 한국의 대북전단금지법 문제가 본격적으로 다뤄질 것임을 뜻한다.

전단금지법 파장 미국서 계속 확산 중 #민주당 소속, 첫 흑인 하원 외교위원장 #"표현의 자유 강력히 지지…초당적 논의" #

믹스 위원장은 이날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북전단금지법과 이것이 (북한 주민의 정보) 접근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할 예정"이라며 "이 법과 관련한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모든 사실과 정보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의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입장을 묻자 "나는 표현의 자유를 강력히 지지한다"고 답해 이 법에 비판적인 입장 임을 보여줬다. 그는 또 이 법과 관련해 의회 내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이 참여하는 초당적 방식으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3일 출범한 미국 의회 117대 회기에서 하원 외교위원장으로 선출된 믹스 하원의원은 민주당 소속으로 뉴욕 퀸즈를 지역구로 두고 있다. 흑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하원 외교위원장을 맡게 됐다.

'흑인들의 하버드'로 불리는 하워드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뉴욕시에서 검사로 일했다. 뉴욕주 의회를 거쳐 1998년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된 후 22년간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 초선부터 22년간 하원 외교위에서 활동했다. 지난달 초 열린 위원장 선거에서 같은 당 소속 호아킨 카스트로 하원의원(텍사스)과 대결에서 148대 78로 승리했다.

믹스 위원장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과 관련해선 한국은 물론 중국·일본 등 주변 국가와의 다자 협력을 강조했다. 믹스 위원장은 "한국과 상의해 역내에서 공동 협력하는 게 우선순위에 있다"고 말했다.

또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는 달라야 한다는 주문을 내놨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 것처럼 전제조건 없이, 보여주기 목적으로 북한과 만나는 것은 할 수 없다"면서 한반도 통일에 이르기 위한 '전략적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과 단순한 대화가 아니라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한 전략적 사고와 계획을 병행할 것이라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와는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믹스 위원장은 "모두에게 이익이 될 양보를 북한으로부터 끌어내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특히 역내 국가들에 이익이 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접근방식 중 일부는 오바마 행정부와 어느 정도 같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믹스 위원장은 특히 북핵 문제 해결에서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북한 문제에 더 큰 역할을 해야 하는 곳은 바로 중국"이라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특히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중국과 전략적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바이든 행정부로 이어질 미·중 전략적 경쟁과 관련해서는 "역내 국가들이 공동으로 협력해야 중국에 더 많은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혼자 중국에 특정한 요구를 하는 게 아니라 역내 동맹 간 연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믹스 위원장은 하원 외교위와 금융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해 왔다. 외교위 산하 소위원회는 북미와 중남미를 관장하는 서반구 소위와 유럽과 유라시아 소위에 참여했다. 한반도와 북핵, 중국 등 동아시아 문제를 다루는 아시아·태평양 소위에는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 모임 가운데 흑인 의원 모임인 블랙 코커스,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 코커스(CAPAC)와 미·일 코커스 멤버다. 2000년대 초반 하원 말레이시아 코커스 공동 의장을 지낸 바 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