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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0㎡ 땅 꺼진 철강산단…‘잊을 만하면’ 주저앉는 포항 땅꺼짐 원인은?

중앙일보

입력

2017년 5.4 지진 후 잇단 지반침하에 “불안”

3일 경북 포항시 남구 대송면 포항철강공단 3단지 내 중앙스틸(주) 공장 지반이 침하되는 사고가 발생해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1일 오후 4시50분 발생한 사고로 깊이 약 3m, 면적 1600㎡ 땅이 내려앉았다. 뉴스1

3일 경북 포항시 남구 대송면 포항철강공단 3단지 내 중앙스틸(주) 공장 지반이 침하되는 사고가 발생해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1일 오후 4시50분 발생한 사고로 깊이 약 3m, 면적 1600㎡ 땅이 내려앉았다. 뉴스1

2017년 11월 15일 규모 5.4의 역대급 지진이 발생했던 경북 포항시. 지진이 일어난 지 3년이 넘어가면서 여진의 공포는 어느 정도 줄어든 상태다. 하지만 지진 이후 포항 지역 곳곳에 지반 침하 현상이 이어지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새해 첫날인 지난 1일에도 대규모 지반 침하 사고가 일어났다. 포항의 땅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이슈추적] #철강산업3단지 내 중앙스틸㈜서 대규모 땅꺼짐 #

 3일 포항시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2시50분쯤 철강산업3단지 내 중앙스틸㈜ 공장에서 가로 80m, 세로 20m로 면적 1600㎡에 달하는 지반이 2~2.5m 아래로 내려앉았다. 사고 당시 공장을 가동하지 않아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포항시는 이 사고를 지반이 불안정해 일어난 융기현상에 따른 침하로 추정했다.

 포항시는 사고 발생 신고를 받고 즉시 현장에 출동해 사고 현장 출입통제를 위한 안전띠, 조명등을 설치했다. 연약 지반 주변에 흙을 쌓는 등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도 시행했다.

3일 이강덕 경북 포항시장이 지반 침하 현상이 일어난 포항시 남구 철강산업3단지 내 공장을 찾아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포항시

3일 이강덕 경북 포항시장이 지반 침하 현상이 일어난 포항시 남구 철강산업3단지 내 공장을 찾아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포항시

 포항시는 지반 침하 원인으로 최근 공장 뒤편 칠성천에서 진행된 직경 600㎜ 배관 설치 공사를 주목하고 있다. 앞으로 자세한 사고 경위 파악과 함께 응급 복구, 대책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현장을 찾은 이강덕 포항시장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해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속히 응급복구를 하고 향후 정확한 데이터로 보강 방안을 수립해 공장의 경제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최단시간에 복구하라”고 지시했다.

 지반 침하 현상은 포항에선 ‘잊을 만하면’ 재발하는 추세다. 지난해 2월 14일에는 남구 이동 왕복 3차로 도로와 인도 일부가 내려앉아 가로 4m, 세로 5m, 깊이 4m 싱크홀(땅 꺼짐 현상)이 생겼다. 도로 침하 약 3개월 전인 2019년 11월 3일에는 이곳에서 약 450m 떨어진 편도 3차로 도로 일부가 꺼지면서 가로·세로 약 5m 크기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하기도 했다.

 2018년 4∼5월에는 포항고속버스터미널 인근 남구 해도동 한 오피스텔 공사장에서 지하 터 파기를 하던 중 지반이 침하하면서 도로가 갈라졌고, 바로 옆 상가가 내려앉으면서 기울었다. 2018년에는 북구 죽도동 한 오피스텔 신축 현장에서 지하 터 파기 공사 도중 주변 땅이 꺼지는 일도 있었다.

지난해 2월 14일 경북 포항시 남구 이동 도로에 생긴 지름 5m 크기의 대형 싱크홀. 연합뉴스

지난해 2월 14일 경북 포항시 남구 이동 도로에 생긴 지름 5m 크기의 대형 싱크홀. 연합뉴스

 전문가들에 따르면 포항 전역은 무른 퇴적암으로 구성돼 있다. 지진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하더라도 무른 퇴적암층이 많은 포항 지역이 대규모 지진으로 지반이 흔들리며 이것이 잦은 지반 침하 현상을 낳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김소구 한국지진연구소장은 한 방송 인터뷰에서 “포항 지역은 깊이 3㎞까지 퇴적암이 쌓여있다. 퇴적암은 굉장히 약해서 지진이 한 번 나면 다 부서진다”며 “이러한 지역은 특수 내진 설계를 해야된다”고 설명했다.

 시민 안정수(25·여·포항시 남구 오천읍)씨는 “3년 전 지진 이후 바닥에서 울리는 소리가 나거나 진열장에 있던 물건이 떨어지기만 해도 소스라치게 놀란다”며 “지역 곳곳에 지반 침하가 발생한다고 하니 지진의 여파가 아닌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포항=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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