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 不死의 다른 이름인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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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인류를 위협하는 대표적인 질환은 단연 감염병이다. 사스와 같은 감염질환 공포가 재연될 가능성이 항상 열려있기 때문.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세균·곰팡이·바이러스가 일으키는 감염병은 심혈관계질환에 이어 세계 2위의 사망 원인이다. 개발도상국과 후진국에선 사망자의 45%가 감염질환 때문에 생명을 잃는다.

아시아·태평양 감염연구재단(이사장 송재훈 삼성서울병원 교수)은 16일부터 3일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항생제와 항생제 내성에 관한 국제 심포지엄’을 연다. 세계 36개국 2천여명의 의료인과 석학 70여 명이 참석,머리를 맞대고 인류의 재앙이 되고 있는 감염질환의 퇴치 전략을 논의한다.

이번 학회의 가장 주목을 끄는 주제는 항생제의 내성. 따라서 부제도 '21세기의 항생제 내성-도전과 미래 전략'으로 정했다.

송재훈 이사장은 8일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식중독.폐렴 등을 일으키는 황색 포도상구균의 경우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 80% 이상이 내성을 보일 정도로 심각하다"며 "이를 줄이려면 개인이나 개별 국가의 노력만으론 불충분하고 국제적인 공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가 간 인적 교류가 늘어나면서 내성균이 다른 나라로 쉽게 전파되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그는 또 "제약회사들이 1980년대 이후 새로운 항생제 개발을 등한시해 최근의 항생제 내성 위기를 낳았다"며 "이대로 가면 페니실린(최초의 항생제) 발견 이전 상태로 되돌아갈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이번 심포지엄에 참석하는 스위스 제네바대학 잔클로드 페처 교수는 '항생제 내성균, 이길 수 없는 전쟁인가'라는 주제 강연에서"세균은 아무리 혹독한 환경에서도 생존이 가능해 35억년 전 화석에서도 존재가 확인될 정도"라며 "지난해 전 세계에서 사용한 항생.항균제의 양이 5만t 이상 되는 현실에서 내성 문제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진단한다.

또 미국 텍사스대학 바버라 머리 교수는 "항생제 내성 문제를 해결하려면 백신과 새로운 항생제의 개발, 기존 항생제의 신중한 사용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안한다.

최후의 항생제로 불리는 반코마이신이 대표적인 예다. 20여 년 전 개발돼 현재 반코마이신 내성 포도상구균(VRSA)이 속속 출현하고 있지만 오히려 테트라사이클린.박트린과 같은 '고전적'인 항생제로 죽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병원감염의 주범인 메티실린 내성 포도상구균(MRSA) 문제도 다룬다. 의사에게서 '수술이 성공적이었다'는 말을 들은 환자가 며칠 후 '세균에 감염돼 재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말을 듣는다면 MRSA 감염이기 쉽다.

효과적인 에이즈 치료법으로 알려진 칵테일 요법도 집중 조명된다.

매요 클리닉 젤라렘 테메스젠 박사는 "현재 19가지 에이즈 치료제가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시판 승인을 받았다"며 "이중 세 가지 약을 골라 동시 투여하는 칵테일요법이 내성 문제로 위기에 처했다"고 설명한다. 칵테일 요법시 사용할 약이 많아 보이지만 약들 간의 교차(交叉) 내성 문제를 고려하면 실제 쓸 수 있는 약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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