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수해 마산 매립지] 下. 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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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태풍 '매미'가 지나간 뒤 마산만을 더 이상 '내 고향 남쪽바다'로 기억하는 마산시민들은 드물다.

많은 사람들이 18명의 생명과 수 천 억원대의 재산을 앗아간 마산만을 바라보면서 치를 떨고 있다.

마산만 매립지에 생계 터전을 둔 사람들이 마음놓고 생활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은 무엇인가. 응급복구가 마무리되면서 마산시와 환경단체 등이 잇따라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서로 상반되는 부분이 많아 최종 대책 마련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마산시 대책=마산시는 9일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방재 전담 부서를 신설키로 했다.

다음달 초 발족할 이 부서는 항만 매립과 해일 등 지역 특성에 맞는 종합적인 방재시스템 개발을 맡는다.

또 교수와 시민단체, 해군 및 해양수산청 관계자 등으로 이뤄진 방재연구위원회가 이달 안에 첫 회의를 갖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태풍 해일의 피해 범위와 조사에 나선다.

시는 지난달 30일 유수지 조성과 방재지구 지정을 대책으로 내놓았다.

유수지는 범람하거나 역류한 바닷물을 우수관과 연결한 이송관 등을 통해 한 곳에 모으는 집수시설.

여기에 저장된 바닷물은 펌프를 이용, 바다쪽으로 강제 배수시키게 된다. 만조시 역류하는 바닷물을 막기 위한 수문이 설치되고 4곳의 빗물관로를 구역별로 차단하는 시설도 도입된다.

방재지구는 해안에서 2백~1천7백m 사이, 피해가 심했던 지역을 지정하게 된다.

양덕동 탑골~제3부두, 마산서중~제1부두, 한국철강~제1부두 등 8곳을 대상지역으로 꼽고 있다.

방재지구로 지정되면 각종 건축 및 개발행위가 제한된다. 시는 매립지 일대 건물 2층 이상만 주거시설로 사용하고 지하층의 상업시설 규제 등을 생각하고 있다.

주택 주요 구조부분은 철근콘크리트로 짓도록 지도하고 신축 주택 설계기준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환경단체 입장=관계기관.전문가.시민단체들이 참여하는 공동조사단을 구성해 현 매립지 문제점부터 파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토대로 매립지 건축물에 대한 설계기준을 따로 만들고 매립지 해변에는 공원 등 완충 공간을 많이 조성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환경단체는 우선 최근 준공된 신포매립지를 아파트 단지 대신에 공원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인식 마창환경운동연합 의장은 "대규모 매립 공사는 바다와 육지간의 완충지역을 없애 피해를 키우고 있다"라며 "추가매립 계획은 중단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선진국 방재시스템=일본은 매립지 해변에 자연재해를 막을 수 있는 시설을 친환경적으로 구축한다.

요코하마시 '미나토 미라이 21'사업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1983년에 시작돼 2005년 준공예정인 이 사업은 파도가 센 매립지 해안가에는 높은 제방과 호안, 견고한 방파제 등을 구축한다. 반면에 갯벌이 있던 곳은 그대로 보존해 해양 생태공원으로 가꾼다.

매립지 밑에 내진형 지하저수조가 묻혀 있다. 50만 명 분의 식수를 3일분 이상 보관할 수 있어 만약 침수피해가 나도 식수 걱정은 없다. 재해예보를 하면서 위급할 때의 대피 경로까지 친절히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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