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스 방역 평가와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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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보건원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방역 상황을 종료한다고 발표함으로써 사스와 관련, 국내에서 일단 큰 고비를 넘긴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올 11월 이전 사스를 비롯한 호흡기 전염병이 또다시 유행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다 그동안 방역당국의 인력 부족, 전담병원 지정 무산 등이 문제로 떠올라 개선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 사스 방역 경과 및 평가

보건원은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사스 방역에 성공한 국가로 평가받는 등 열악한 조건속에서도 나름대로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자평했다.

신속한 대응 체계 구축으로 입국 단계에서부터 철저한 검역과 격리 조치가 취해졌고 권역별 격리치료병원 41개소(138병상)를 지정, 운영해 환자 치료에 힘썼다는 것이 보건원의 설명이다.

보건원은 이와함께 사스의 국내 유입을 막기위해 중국과 대만, 싱가포르, 몽골 울란바토르, 캐나다 토론토, 베트남 하노이, 필리핀 등 7개국을 여행 자제 지역으로 분류해 국민에게 불필요한 여행을 자제할 것을 권고해왔다.

지난 5월에는 66억원의 예비비를 확보해 추정 및 의심환자 진료비를 지원하고 사스 방역을 위한 마스크 7만5천개, 방호복 3만벌, 보호안경 1만5천개를 병원 및 보건소 등에 나눠줬다.

그러나 지난 4월 환자가 다수 발생했을 경우에 대비해 사스 전담 병원을 지정, 운영하려 했으나 지역주민의 반발로 무산된 점과 전담 인력 부족 등은 앞으로 개선해나가야 할 과제로 꼽혔다.

특히 사스로 인해 36명의 역학조사관과 175명의 보건원 인력으로는 각종 전염병에도 제대로 대처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로 부각됐다.

◇ 전망 및 대책

보건원은 올 11월 이전 중국 등의 지역을 중심으로 사스가 또다시 유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보건원은 재유행이 시작되면 내년 상반기까지 환자가 계속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동절기에 발생하는 인플루엔자나 폐렴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호흡기 전염병이 함께 유행할 경우에 대비해 철저한 감시체계를 수립할 계획이다.

또 인플루엔자와 사스 구분을 위한 지침을 마련하고 인플루엔자 예방 접종도 조기에 실시할 예정이다.

보건원은 전국 검역소와 비상 방역 전담팀을 임시로 편성해 사스 유행에 대비하기로 했으며, 사스 표준 진단법을 보급하고 역학 조사관 추가 확보도 추진할 방침이다.

이번에 사스로 세계 30개국에서 8천442명의 추정환자가 확인돼 이가운데 812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된 만큼 국내도 예외가 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보건원은 이를 위해 미국의 국립보건원(NIH)과 CDC의 복합 형태인 '질병관리본부' 체계로의 확대, 개편을 관계 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추진할 계획이다.

보건원의 권준욱 방역과장은 "상반기에 국내에 사스가 2차 전파되지 않았다고 방심했다가는 하반기에 오히려 낭패를 볼 우려가 있다"며 "하반기 유행에 대비해 병원 감시 체계를 계속 가동하는 등 경계를 늦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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