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코박터 감염 아동, 체내 비타민C 급감"

중앙일보

입력

헬리코박터파이로리균에 감염된 어린이들은 나이가 많고, 감염 정도가 심할수록 체내 비타민C 농도가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대의대 소아과학교실 박재홍 교수팀은 만성 복통을 앓고 있는 1~15세 어린이 452명(남 228명, 여 224명)을 대상으로 헬리코박터 감염자(204명)자와 비감염자(148명)의 체내 비타민C 농도를 비교한 결과, 감염기간이 길고 위염 등의 증상이 심할수록 비타민C 농도가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3일 밝혔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헬리코박터 감염과 체내 비타민C 사이의 상관관계를 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연구결과는 소아 위장.영양학 국제저널(journal of Pediatric Gastroenterology and Nutrition) 7월호에 실렸다.

헬리코박터는 위장에 서식하는 세균으로, 만성위염과 궤양, 위암 등과 연관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국내 소아감염률은 30%를 웃돌 고 있다.

논문에 따르면 연구팀은 이번 조사를 위해 만성 복통으로 소아과를 찾은 어린이 452명에 대해 내시경 검사와 위 조직검사, 효소검사 등을 통해 헬리코박터 감염그룹과 비감염그룹, 만성위염그룹(421명) 등으로 나눠 혈액, 혈장, 위액 등의 비타민C 농도를 조사했다.

이 결과, 헬리코박터 음성그룹은 100㏄당 비타민C 농도가 평균 6.09㎎이었지만 헬리코박터 양성그룹은 100㏄당 평균 3.79㎎에 그쳤다.

특히 만성위염을 앓고 있으면서 헬리코박터에 감염된 어린이들은 100㏄당 농도가 평균 2.86㎎까지 떨어져 위염이 없는 어린이들의 농도(6.25㎎)보다 훨씬 낮았다.

연구팀은 이 같은 현상이 나이가 많을수록, 헬리코박터의 감염 정도가 심할수록, 위 점막의 조직 변화가 심할수록, 위액의 산도가 높을수록 심해 졌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헬리코박터 감염으로 위 내에서 아질산염 등의 유해물질 농도가 높아지면 비타민C가 이를 제거하는 역할을 하면서 체내 농도가 낮아진다"며 "이 같은 체내 비타민C 부족은 결국 나이가 들면서 위암 등의 발병과 연관성이 높아지는 만큼 충분한 비타민C 섭취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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