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제약사 "공격이 방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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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서울 잠실체육관에서는 엄마와 아들이 함께 춤을 추는 '쉘위댄스 페스티벌'이 열렸다.

총 20쌍이 참석한 이 행사의 주제는 '중년여성의 우울증 극복'. 모자가 댄스를 통해 삶의 활력을 되찾는다는 취지로 다국적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마련했다. GSK의 항우울증 치료제 두 종류가 여성참가자들의 머리 속에 각인됐다.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내수시장 불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00년 8월 의약분업 시행 이후 국내 시장을 급속도로 넓혀온 다국적 제약사들이 올해들어 매출 시장이 둔화하는 경향을 보이자 좀더 공격적인 마케팅 체제를 갖추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 의약품 생산 실적이 있는 제약업체는 5백여개. 이 가운데 다국적 제약사는 생산공장을 갖춘 27개사를 포함, 약 40개에 이른다. 수적으로 10분의 1도 안되지만 지난해 건강보험청구액 기준으로 상위 처방약 10개 가운데 8개가 다국적 제약사의 제품이다.

그러나 다국적 제약사 A사의 관계자는 "대부분의 다국적 제약사가 매출 성장을 계속하고 있지만 상반기 목표치에 10~20% 정도 못미친 것으로 알고있다"며 "건강보험공단에서 고가의 전문치료제 처방을 최대한 제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더욱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전통적인 방식인 신약 출시로 시장을 넓히려는 회사는 아스트라제네카. 지난 1일부터 폐암치료제 '이레사'를 판매하기 시작, 하반기 매출 신장을 기대하고 있다. 부작용 논란을 겪고있지만 지속적인 임상실험으로 신약의 우수성을 검증한다는 전략이다.

가장 활발하게 영업망을 넓히는 회사는 존슨앤존슨의 의료기기 자회사 존슨앤존슨메디칼이다. 지난 3월부터 혈당측정기 '원터치울트라'의 마케팅 타깃을 의사나 병원이 아닌 최종소비자로 돌렸다.

혈당측정기 시장은 병.의원(30~35%)과 의료기상(65~70%)에 한정돼 있어 그동안 이들을 대상으로 영업활동을 벌여왔다. 약 4백억원대의 시장이다.

일단 전국적으로 6백여곳에 불과한 의료기상에서 1만9천여곳의 약국으로 유통채널을 옮겼다. 소비자와 쉽게 마주칠 수 있는 접점을 선택한 것이다.

그 결과 지난해 1백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이 뛰기 시작하면서 상반기에만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 정도 올라설 수 있었다. 올해 매출은 약 1백55억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회사 심정훈 상무는 "질병에 대한 치료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혈당은 본인이 직접 관리해야 한다는 예방 강조 컨셉이 들어맞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문의약품에 대한 광고도 보다 대담해지고 있다. '노출의 계절'을 맞아 한국로슈는 자사의 비만약 광고를 광고주나 상품명을 밝히지 않고 반라의 여성 사진과 함께 '비만은 질병이다'라는 광고판을 병원 대기실을 포함한 곳곳에 설치했다.

한국MSD는 최근 P&G로부터 마케팅 전문가를 전무로 영입해 소비자에게 자사의 전문의약품을 알리기 위한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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