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모더나 백신 2000만명분 2분기부터 도입”

미국 제약사 모더나가 내년 2분기부터 한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2000만 명분을 공급할 예정이라고 청와대가 29일 밝혔다. 모더나와 계약이 완료되면 한국이 확보하는 코로나19 백신은 5600만 명분으로 늘어난다.

문 대통령, 모더나 CEO와 통화 #코로나 하루 사망 40명 역대 최다 #모더나 “연내에도 공급 계약 가능” #국내 연구소와 개발 등 MOU 합의 #전문가 “노인·의료진 등 1000만명 #상반기 맞아야 의료시스템 유지”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스텐판 반셀 모더나 CEO(최고경영자)와 28일 오후 9시53분부터 10시20분까지 화상통화를 했다. 27분간의 통화에서 반셀 CEO는 우리나라에 2000만 명분의 4000만 회분을 공급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당초 정부가 모더나와의 협상을 통해 확보하겠다고 한 1000만 명분의 두 배 물량이다. 강 대변인은 “백신 공급 시기도 앞당기기로 했다. 모더나는 당초 내년 3분기부터 물량을 공급하기로 했으나 2분기부터 시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한국이 계약한 백신은 3600만 명분이다. 지난달 27일 아스트라제네카와 1000만 명분의 공급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지난 23일 얀센(600만 명분), 화이자(1000만 명분)와 계약을 체결했다. 또 코백스 퍼실리티(세계보건기구 공동 구매 방식)를 통해 1000만 명분을 확보했다. 여기에 모더나와 2000만 명분의 백신 계약을 완료하면 인구 수(5183만 명) 대비 백신 확보율이 100%를 넘게 된다. 최근 블룸버그 통계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7개국 중 32개국은 이 비율이 100%를 넘었다.

문 대통령은 모더나와의 합의 후 “코로나 극복의 희망이 되고 있는 것에 대해 대한민국을 대표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고 강 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반셀 CEO는 “한국 정부가 빠른 계약을 원하면 연내에도 가능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수일 내 계약 체결을 목표로 정부가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과 반셀 CEO는 한국 국립감염병연구소와 모더나가 팬데믹 공동 대응 및 임상시험, 연구개발에 협력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 체결에도 합의했다.

모더나, 한국 위탁생산 제안 … 2분기 내 물량 확보에 변수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스테판 반셀 모더나 최고경영자(오른쪽 모니터)와 화상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또 모더나 백신을 한국 기업이 위탁생산하기 위한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반셀 CEO는 “한국 정부가 바이오 신약개발을 중시하고 있고 한국 대기업이 강력한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잘 안다”면서 “생산 역량이 부족했는데 (한국) 위탁생산 시 대규모 생산 능력 구축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코로나19와 관련해 외국 정상이 아닌 인사와 통화한 것은 두 번째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빌 게이츠 빌&멜린다게이츠재단 이사장과 통화해 코로나19 대응책을 논의했었다. 문 대통령이 직접 백신 확보에 나선 것은 백신 늑장 공급에 대한 국민의 불안을 불식시키고 정부 실기론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야당은 “너무 늦었다”고 비판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노력을 평가한다”면서도 “그러나 이 전화는 어제(28일)가 아니라 지난 여름에 이뤄졌어야 했다”고 말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9일 0시 기준 코로나19 사망자가 40명 발생해 누적 사망자는 859명이 됐다고 밝혔다. 일일 사망자 40명은 2월 20일 첫 사망자가 나온 뒤 가장 많은 수치다. 일일 사망자는 지난 10일간(20~29일 발표) 총 200명 발생했다. 누적 사망자 859명의 23%가 지난 10일 만에 나온 셈이다.

정부가 모더나 백신을 내년 2분기부터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내년 상반기에 일반 국민 대상 접종이 얼마나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아직 긴급사용 승인이 나지 않았고, 얀센 역시 임상 3상 시험 중이다. 다만 모더나는 최근 미국에서 접종이 시작됐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에 모더나 백신 물량을 추가 확보하면서 국내 공급 시기도 앞당기려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발표와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내년 1분기 확정 물량은 225만 명분 정도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75만 명분과 코백스 백신 150만 명분이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 내 전체 인구의 30%인 약 1500만 명 정도가 백신을 맞아야 한시름 놓을 수 있다고 말한다. 2분기 공급 물량이 1000만 명분을 훌쩍 넘겨야 상반기에 30% 접종이 가능하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모더나의 2000만 명분이 나눠 들어올 텐데 2분기에 들어오는 물량이 많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에 미국은 내년 2월 말 이전에 1억 명(자국민 30%)의 백신 접종 계획을 밝혔다. 지난 26일까지 약 260만 명이 접종했다. 영국은 내년 상반기까지 자국민 50%에 대한 접종 목표를 밝혔다. 기모란 국립암센터대학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현재 70~80대 고위험군과 요양병원에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며 “이분들과 의료진, 요양병원 종사자 등이 우선 접종해야 내년 4차 유행이 시작돼도 사망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우선접종대상자가 1000만 명 정도 된다”고 말했다.

이번에 추가 확보한 모더나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보다 예방 효과가 더욱 크다. 3상 임상시험 결과 94.1%의 효과를 보여 화이자 백신(95%)과 비슷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70%다.

모더나 백신은 운반과 보관이 편리하다. 영상 2~8도에서 30일간 안정적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병원의 보통 냉장고에 넣어둘 수 있다. 냉장고에서 5일 이상 보관하면 효과가 떨어지는 화이자 백신보다 6배가량 유통기한이 길다. 영하 20도에서는 최대 6개월까지 보관 가능하다.

백민정·윤성민·이태윤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