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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체육회장선거, 이기흥 vs 반 이기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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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이기흥

이기흥

대한체육회(이하 체육회) 회장 선거가 본격적인 레이스를 시작한다. 재선에 도전하는 이기흥(65·사진) 현 회장의 우세 속에 이에 맞설 ‘야권’ 후보군이 단일화를 이룰지 여부가 핵심 변수다.

지지층 두터운 이기흥 회장 우세 #이종걸·유준상·강신욱·윤강로 도전 #정책 대결 대신 정파 싸움 우려도

체육회는 내년 1월 28일 새로운 수장을 선출한다. ‘체육 대통령’이라 불리는 체육회장은 연간 4000억원에 이르는 체육 예산의 집행권자다. 62개 정회원 종목단체와 17개 시·도체육회, 생활체육 등 체육계 전반을 이끈다. 후보 등록 마감일은 29일이다. 후보자는 기탁금 7000만원을 내고, 득표율 20%를 넘으면 돌려받는다. 체육회 대의원, 회원종목단체, 17개 시·도 체육회 등에서 무작위로 선정한 2180명의 선거인단이 투표한다.

체육계는 이 회장의 당선 가능성을 상대적으로 높게 본다. 이 회장은 2000년 근대5종연맹 부회장을 시작으로 카누연맹, 수영연맹 회장을 거쳐 체육회장에 올랐다. 20년 동안 체육계에서 활동하며 폭넓은 지지기반을 구축했다. 나머지 후보들이 ‘반(反) 이기흥’을 외치며 단일화를 추진하는 이유다. 이 회장은 ▶체육회와 국가올림픽위원회(NOC) 분리 반대 ▶체육인에 특화된 인권 프로그램 개발 ▶생활체육 강화 등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새 체육회장선거

새 체육회장선거

이 회장의 경쟁자로 첫 손에 꼽히던 장영달(72) 우석대 명예총장은 27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4선 국회의원 출신인 장 명예총장은 지난 대통령 선거 때 문재인 후보의 사전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50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장 총장은 “중앙선관위원회가 (입후보 자격에 문제가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며 두 차례 기자회견을 갖고 출마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체육계 안팎의 여론이 나빠지자 출마를 포기했다.

같은 날, 이종걸(63) 전 국회의원이 장 명예총장과 바통 터치하듯 입후보 의사를 밝혔다. 이 전 의원은 장 명예총장,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을 지낸 안민석 의원(더불어민주당) 등 여권 인사들의 추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의원은 2009년부터 4년간 대한농구협회장을 맡은 이력이 있다.

이 전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체육회에 온정주의와 파벌주의가 만연하다. 스포츠계에 비리가 만연해도 책임지지 않는다”며 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28일 기자회견에선 ▶체육부 부활▶종목단체와 지방체육회에 대한체육회 권한 분산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의 상생 협력 ▶비무장지대 올림픽 평화 체육공원 조성 등을 약속했다.

유준상(78) 대한요트협회장, 강신욱(65) 단국대 교수, 윤강로(64) 국제스포츠연구원장도 출사표를 던졌다. 유 회장은 4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국민의힘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강 교수는 전농여중과 용산고 하키부를 지도했고, 체육시민단체와 학계에서 일했다. 윤 원장은 ‘체육외교통’이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국제사무총장을 지냈다.

유 회장, 강 교수, 윤 원장은 이 회장에 맞서기 위해 25일 회동을 갖고, 큰틀에서 단일화에 합의했다. 추후 이 전 의원과도 교류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체육회장 선거가 정책 대결 대신 정파적 싸움으로 흐를 가능성을 우려한다. 이 회장은 여야를 막론하고 두터운 인맥을 쌓았다. 여당 내에서도 이 전 의원이 아닌 이 회장을 지지하는 인사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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