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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억 달러 날리고 vs 152% 수익률…빈익빈 부익부 헤지펀드

중앙일보

입력

팬데믹 와중에도 투자 기회를 포착한 이들, 누구일까. [셔터스톡]

팬데믹 와중에도 투자 기회를 포착한 이들, 누구일까. [셔터스톡]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헤지펀드의 성과도 'K자'로 갈랐다. 빈익빈 부익부가 뚜렷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이는 돈방석에 올라앉았지만 위기의 급행열차를 탄 이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24일(현지시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올해 헤지펀드 운용 연 수익률 상위권 10개사와 하위권 10개사의 차이는 2008년 리먼 브라더스 발 경제위기 이후 가장 컸다.

헤지펀드 양극화는 숫자로 확인된다. 데이터그룹 HFR에 따르면 상위 10개사의 평균 수익률은 11월 말 기준으로 49%로, 2009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하위권과의 격차는 68.9%포인트로, 2009년 이후 가장 큰 수준이라고 FT는 보도했다. 하위 10개사 평균 수익률은 -19.9%에 달한다는 얘기다. FT가 보도한 올해 천당과 지옥을 오간 헤지펀드 승자 3명과 패자 3명을 살펴봤다.

팬데믹도 투자 기회로…승자 3인   

피에르 앙뒤랑의 트위터 프로필 사진. [트위터]

피에르 앙뒤랑의 트위터 프로필 사진. [트위터]

지난 4월 20일 유가 전문투자가인 피에르 앙뒤랑은 “유가 추락에 제한이 없다”며 “마이너스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트윗을 올렸다. 몇 시간 뒤 앙뒤랑의 예언은 현실이 됐다. 이날 서부텍사스유(WTI) 5월분 선물가격이 배럴당 -37.63달러로 추락하면서다.

사상 첫 마이너스 유가에 시장 참여자 대부분은 패믹에 빠졌다. 하지만 앙뒤랑은 자신이 운용하는 앙뒤랑 커머더티즈를 통해 투자에 나섰다. 유가 반등에 베팅해 15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는 지난 6월 로이터통신에 “수급에 변화가 크다고 느껴지면 데이터를 분석해 시장에 주는 영향을 정량화한다”며 “코로나19의 확산이 통제 불능일 것을 확신했고, 원유 수요가 급감했다가 상승할 것을 예측해 투자했다”고 말했다.

란 왕 사이먼드. [유튜브 캡처]

란 왕 사이먼드. [유튜브 캡처]

떨어지는 칼날을 두려움 없이 받아내 수익을 거둔 이도 있다. 만다린 오프쇼어를 운용하는 중국계 여성 펀드매니저인 란 왕 사이먼드다. 올해 최고가 경신 릴레이를 이어간 미국 주식 시장에도 위기의 순간은 있었다. 지난 3월 미국 주식 시장이 고꾸라진 뒤 하락장에 집중적으로 주식을 매입했다. 애플과 테슬라, 아마존과 구글의 모기업인 넷플릭스 등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최근 1년간 만다린 오프쇼어의 평균 수익률은 28%에 이른다.

수학 천재에서 투자가로 변신한 제프리 탤핀스. [WSJ]

수학 천재에서 투자가로 변신한 제프리 탤핀스. [WSJ]

백신에 대한 희망을 돈으로 바꾸며 수익을 꿰찬 헤지펀드 매니저도 있다. 억만장자 투자가인 제프리 탤핀스(45)다. 탤핀스가 굴리는 17억 달러(약 1조8700억원) 규모의 헤지펀드는 백신 개발에 괄목할 진척이 없던 때 화이자에 과감한 베팅을 했다. 15%가량의 수익을 올렸다.

탤핀스는 예일대 출신으로 수학 영재로 불리다 투자가로 변신한 인물이다. 헤지펀드의 평균 수익률(-1.86%)이 마이너스에 머물던 2018년 26.8% 수익을 내며 13년간 20% 넘는 수익률을 기록한 덕에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헤지펀드의 새로운 제왕으로 등극한 인물"이라며 "젊은 투자 귀재가 새로 나타났다"고 소개할 정도였다.

나무에서 떨어진 억만장자   

포브스의 억만장자 리스트에서 현재 172위인 마이클 힌츠. [포브스]

포브스의 억만장자 리스트에서 현재 172위인 마이클 힌츠. [포브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기 마련이다. 악몽과 같은 한 해를 보낸 헤지펀드 매니저도 있다. 억만장자 마이클 힌츠가 대표적이다. FT에 따르면 힌츠는 올해 14억 달러의 투자 손실을 냈다. 포브스 억만장자 집계에 따르면 지난 27일 현재 그의 자산은 30억 달러다. 본인 자산의 절반 수준 가까운 금액을 투자 실패로 날린 셈이다.

힌츠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보낸 편지에 “올해 시장은 아마도 한 세대가 겪을 수 있는 가장 큰 변동성을 보였다”고 적었다. 헤지펀드 매니저들을 다수 교체했고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겠다”며 와신상담 중이다.

레이 달리오. [중앙포토]

레이 달리오. [중앙포토]

전설적 투자가로 통하는 레이 달리오 역시 씁쓸한 연말을 보내는 중이다. 달리오가 대표로 있는 투자회사 브리지워터가 야심 차게 운용을 시작한 퓨어 알파 펀드의 올해 투자 수익률은 -10%로 초라하다. 그나마 지난 8월의 수익률 -18.6%에선 만회했지만, 2017년 베스트셀러 『원칙』에서 자신의 투자 원칙을 설명한 대가의 체면은 말이 아니다. 포천은 “자신을 위대한 사상가 반열에 올려놓고 싶어했던 달리오로서는 끔찍한 한 해”라고 평했다.

 포브스의 억만장자 리스트에서 1613위로 떨어진 데이비드 하딩. [포브스]

포브스의 억만장자 리스트에서 1613위로 떨어진 데이비드 하딩. [포브스]

억만장자라고 항상 옳은 결정만 내리는 건 아니다. 포브스 기준 13억 달러의 자산을 가진 데이비드 하딩 윈턴 캐피털 그룹 대표 얘기다. 하딩은 1980년대 컴퓨터로 통계 데이터를 수집해 투자하는 방식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당시만 해도 획기적 방법이었다. 하딩은 2011년 국내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은 경영학 전공자를 펀드매니저로 쓰지만 나는 과학자들에게 맡긴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이런 정략적 투자 전략을 쓰지 않았다고 선언했고 올해 투자 수익률은 -22%로 곤두박질쳤다. “논란을 부른 결정”이라는 FT의 평대로 잘못된 판단이 부른 참사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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