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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만명 찾는데 강사 2명? 부산북구빙상센터 구조조정 논란

중앙일보

입력

국제 규격의 실내빙상장인 '북구문화빙상센터'에서 국가대표상비군 선수들이 시범경기에 앞서 몸을 풀고 있다. 중앙포토

국제 규격의 실내빙상장인 '북구문화빙상센터'에서 국가대표상비군 선수들이 시범경기에 앞서 몸을 풀고 있다. 중앙포토

공공 빙상장인 ‘부산북구문화빙상센터(이하 북구빙상센터)’를 위탁 운영하는 부산시체육회가 내년 1월부터 강사를 5명에서 2명으로 줄인다. 지난 9월 1일부터 향후 5년간 위탁운영을 맡은 부산시체육회는 적자 해소를 위한 불가피한 구조조정이라는 입장이지만, 이용객들은 학습권 침해와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부산시체육회 “비용 절감 내년 1월부터 강사 5명→2명” #40년 경력 A강사 “월급 많다는 이유로 해고” 분통 #이용객 “강사 감소로 수업질 떨어지고 안전사고 우려”

 북구빙상센터 이용객 127명은 북구빙상센터 관리 감독 권한을 가진 부산시에 부실 운영을 막아달라며 지난 24일 민원을 제기했다. 이 센터를 6년째 이용 중인 양성욱(50)씨는 “지난 9월부터 초급, 중급반을 한 반으로 합치고, 어린이반 강사는 프리랜서로 교체해 수업의 질이 떨어졌다”며 “단체 수업 후에는 얼음 표면을 매끄럽게 하는 정빙 작업을 해야 하는데 비용을 아끼려고 정빙 횟수가 줄어들어 안전사고마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2005년 건립된 북구빙상센터는 북구청이 맡아 운영해왔다. 2018년 용호동에 남구가 건립한 빙상장이 문을 열기 전까지는 부산에서 유일하게 국제규격을 충족하는 공공 빙상장이었다. 매년 18만~20만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지만 15년째 이용료가 동결되면서 연간 1억~2억씩 손실이 났다.

 특히 2019년 각종 운영비가 상승하면서 적자가 5억원으로 늘었다. 지난 15년간 누적 적자는 22억원에 달했다. 부산시는 적자 보전 대신 공공시설이라는 이유로 요금인상도 불허했다. 결국 북구청이 지난 6월 30일 운영권을 포기했다. 이후 부산시는 위탁 운영할 민간사업자를 공모했고 부산시체육회가 선정됐다.

 부산시체육회는 연간 6억원의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강사를 5명에서 2명으로 줄였다. 기존 강사였던 1명은 생활스포츠지도사 자격증이 있지만, 최근 신규 채용된 강사 1명은 관련 자격증이 없다.

과천시민회관 빙상장. [사진 경기관광공사]

과천시민회관 빙상장. [사진 경기관광공사]

 40년 경력의 베테랑 강사인 A씨와 북구빙상센터 건립 때부터 강사로 활동한 B씨는 내년 1월 1일부로 해고된다. A, B씨는 전문스포츠지도사 자격증을 소지했으며, 쇼트트랙 선수 출신이다. A씨는 2012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스케이트 수업을 처음으로 도입한 데 이어 수준별·연령별 어린이 수업과 피겨 강습반 등을 마련했다. 성수기에는 하루 1400여명이 이용할 정도로 빙상스포츠 붐을 이끈 주역이다.

 하지만 “월급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해고됐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그는 “고용 승계를 거부하는 것은 노동권 침해”라며 “빙상스포츠는 전문성이 필요로 하는 종목인데 자격증조차 없는 강사를 선발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정석원 북부빙상센터장은“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지도사 자격증 시험을 치를 수 없어 올해만 강사 지원 조건에 ‘지도사 자격증 소지자’를 넣지 않았다”며 “시험이 재기되면 신규 채용한 강사에게 자격증 취득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사 해고로 수업의 질이 떨어졌다는 이용객의 지적에 대해 그는 “프리랜서가 9명 있다”며 “맞춤 수업을 원하면 프리랜서에게 강습을 받으면 된다”고 답했다.

 관리 감독 기관인 부산시는 부산시체육회의 대응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부산시 체육진흥과 관계자는 “부산시체육회가 이용객의 민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지 않겠냐”며 “그 이후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그때 다시 논의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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