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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크리스마스'…AI로 달걀 값 폭등한 4년 전 악몽 막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크리스마스인 25일 방역 당국의 긴장감은 한층 고조됐다. 역대 가장 많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고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도 전국 확산을 멈추지 않고 있어서다. AI 바이러스가 이미 전국 곳곳에 퍼져 있는 상황이지만, 가금농장 안으로의 추가 유입만큼은 막아내겠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날 AI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전북 남원과 전남 구례의 오리 농장에서 H5N8형 고병원성 AI를 확진했다. 올해 들어 농가에서 AI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25번째(천안 체험농장 포함 26번째)다. 지난달 전북 정읍의 오리 농장이 확진 판정을 받으며 2년 8개월 동안 잠잠하던 AI가 다시 번지기 시작했다.

2016년의 10분의 1…그래도 안심 못 해

지금까지 가장 피해가 컸던 2016년과 비교하면 올해 확산세는 더딘 편이다. 2016년에는 올해보다 열흘 빠른 11월 16일에 첫 농가 확진이 발생했다. 이듬해까지 전국 가금농장 353곳이 AI에 감염됐고, 닭·오리 등 3379만 마리를 살처분했다. 특히 비좁은 사육시설에서 기르던 산란계(알을 낳는 닭) 피해가 커지며 달걀 가격이 폭등했다. 당시 정부가 뒤늦게 태국 등에서 달걀을 수입했지만, 이미 치솟은 값을 잡지는 못했다.

2016년에는 첫 발생 이후 추가 전파를 차단하지 못해 약 40일간 282곳의 농장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올해 같은 기간 확진된 농가는 23곳이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농장에 바이러스를 옮기는 철새 등 야생조류에서의 고병원성 AI 발생은 올해 37건으로 2016년(32건)보다 많다. 과거와 달리 올해는 제주도에서도 이미 2건의 야생조류 감염 사례가 나왔다.

올해 840만 마리 살처분…가격 급등 우려도

15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닭·오리고기 판매대. 연합뉴스

15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닭·오리고기 판매대. 연합뉴스

피해는 AI 발생 농장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올해 정부는 발병 농장을 중심으로 3km 안에서 기르는 가금은 예방적 차원에서 모두 살처분하고 있다. 지난 24일까지 닭 618만1000마리, 오리 90만2000마리, 메추리 129만3000마리를 땅에 묻었다. 발생 농장 반경 10km 내 가금농장은 30일 동안 이동을 제한하고 AI 검사를 받아야 한다.

정부는 달걀·닭고기 가격에는 아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달걀(특란)과 닭고기 산지 가격은 각각 전년 대비 3.6%, 4.5% 올랐다. 다만 정부는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가정 수요가 늘어난 영향도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했다. 소비자 가격의 경우 닭고기는 1년 전보다 떨어졌고, 달걀 소비자 가격도 10개당 1899원으로 이전과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오리다. 공급 물량이 감소한 탓에 오리고기 가격은 AI가 처음 발생한 지난달 26일(kg당 1406원)보다 49.7% 오른 2105원을 기록했다. 작년보다는 55.4% 급등한 가격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해 닭과 오리 사육 마릿수와 재고 등을 고려하면 국내 공급 여력은 충분하다”며 “앞으로 AI 발생에 따른 수급 불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면밀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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