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판사 "판사가 말 안들으면 사법개혁? 그 개혁이 겁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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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가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가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징역 4년 선고를 받은 뒤 여권에서 나온 ‘사법개혁’ 주장을 현직 판사가 비판하고 나섰다.

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53·사법연수원 28기)는 25일 페이스북에 “검사가 말 안 들으면 검찰개혁, 판사가 말 안 들으면 사법개혁, 그 개혁을 겁박으로 읽는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글과 함께 “‘사법 쓰레기’…판결 마음에 안 든다고 사법개혁 꺼내 든 여권” 제목의 기사를 공유했다.

김 부장판사는 전날에도 ‘수시로 출몰하는 법관탄핵’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판결 내용에 대해서는 아무 말 없이 막연히 판사가 편파적이라며 그 신변에 대한 위협을 가한다면 그건 ‘그냥 내가 원하는 판결을 하라’는 강요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그럴 요량이라면, 그냥 법원에 정치지도원을 파견해서 결론을 미리 정해주고 따르지 않으면 탄핵하겠다고 하면 된다”며 “탄핵도 151석만 넘으면 돼 어렵지도 않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러면 집권세력과 관련하여 판단하는 판사들의 지옥 같은마음고생이라도 덜어낼 수 있을 것”이라며 “나라를 야만으로 돌리는 비용만 치르면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글의 말미에 “이분들, 적폐 사태와 사법 파동으로 그 많은 이들이 구속되고 엄벌 될 때에도 법원이 편파적이라 느끼셨는지 모르겠다”면서 여권을 겨냥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23일 법원이 정 교수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24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정직 2개월 징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한 뒤 여권 인사들은 법원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검찰개혁에 집중하느라 사법개혁을 못 했다”, “편견이 작용한 나쁜 판례” 등 비난이 쇄도했고, 이낙연 대표는 25일 “대한민국이 사법의 과잉지배를 받고 있다는 국민의 우려가 커졌다”며 “정치의 사법화, 사법의 정치화가 위험수위를 넘었다는 탄식이 들린다”고 말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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