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아토피에 도움"

중앙일보

입력

"아이를 너무 깨끗한 환경에서만 키우려 하지 마세요.흙과 가축.애완동물을 만지고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려 뛰노는 아이들이 아토피 피부염 등 알레르기 질환에 걸릴 위험이 적습니다."

최근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초청으로 내한한 스웨덴 룬트대학 레이프 비에르머 교수(51.호흡기 및 알레르기 내과)는 요즘 한국과 서구에서 어린이 알레르기 환자가 급증하는 것은 자녀를 지나치게 깨끗하게 키우려는 부모들의 청결집착증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호주 백인의 30%가 천식 증상의 하나인 천명(쌕쌕거림) 을 보이지만 애보리진(원주민)은 1%만이 이런 증상에 시달린다는 조사결과"를 근거로 제시했다. 똑같은 알레르기 유발물질(양털)에 노출됐는데도 상대적으로 덜 깨끗한 애보리진이 훨씬 적응을 잘 하더라는 것.

그는 또 동독의 드레스덴을 사례로 들었다. 서독의 함부르크보다 공기오염이 높았지만 알레르기 질환을 앓는 어린이 비율은 이곳이 훨씬 낮았다. '더러운 옷.신발'이 알레르기 질환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주었기 때문.

그러나 독일 통일 후 드레스덴 어린이의 알레르기 질환 발생률은 함부르크 어린이와 차이가 없어졌다. 패스트푸드를 즐겨 먹는 식습관이 알레르기 질환에 취약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전통을 중시하라는 충고도 곁들였다. "스웨덴에서 항생제를 거부하는 등 현대문명과 벽을 쌓고 지내는 사람들은 알레르기 질환에 거의 걸리지 않습니다. 유산균 음료와 같은 발효음식, 그리고 패스트푸드 대신 자연 그대로 전통음식이 알레르기 질환을 막는 최선의 예방법이지요."

그에게 한국의 김치에 대해 묻자 잘 알고 있다는 듯 "어린이에게 김치를 먹이는 것이 알레르기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저없이 답변했다.

또 '요즘 한국의 일부 산모들은 아이의 아토피 질환을 걱정해 고추와 같은 매운 음식을 먹지 않는다'고 하자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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