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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섭 말이 맞았다...법원 "세미나 영상 속 女 조민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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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허위 인턴 의혹이 제기된 것과 관련, 정경심 동양대 교수 측이 지난해 조씨의 활동 내용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했다. 정 교수 측은 빨간 원에 있는 여학생이 당시 세미나에 참석한 조민이라 주장했다. 검찰은 사실이 아니란 입장이다.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허위 인턴 의혹이 제기된 것과 관련, 정경심 동양대 교수 측이 지난해 조씨의 활동 내용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했다. 정 교수 측은 빨간 원에 있는 여학생이 당시 세미나에 참석한 조민이라 주장했다. 검찰은 사실이 아니란 입장이다. [연합뉴스]

2009년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세미나 동영상 속 여성은 조민이었을까. 23일 징역 4년형을 선고받은 정경심(58) 동양대 교수의 1심 재판에서 쟁점이 됐던 사안 중 하나다. 2009년 5월 15일 열린 서울대 세미나에 정 교수의 딸 조씨가 참석했는지 아닌지를 두고 검찰과 정 교수측이 다퉈왔기 때문이다. 정 교수측은 재판이 진행될 때 “엄마가 딸 모습을 두고 딸인지 아닌지를 가려야 하느냐”며 답답함을 드러내기도 했었다.

“동영상 속 여성, 조민 아니다” 결론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임정엽ㆍ권성수ㆍ김선희 부장판사)는 이 동영상 속 여성이 조민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조씨는 검찰 조사에서 이 여성이 자신이라고 진술했었다. 정 교수는 재판 21회차까지는 동영상 속 여성과 옆에 앉은 남성이 누군지 모른다고 했다가 22회 재판에서 주장을 바꿨다. 영상 속 여성이 조민이고, 그 옆에 앉은 남성은 조씨의 외고 동창 장모씨라고 주장했다.

주변인의 증언은 엇갈렸다. 조씨 옆자리 남성으로 지목된 장씨는 법정 진술에서 “조민은 세미나에 참석하지 않았고, 영상 속 여성은 조민과 얼굴이 다르다”고 진술했다. “만약 조민이 왔다면 나와 같이 앉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영상에 찍힌 또 다른 인물인 박씨는 영상 속에서 조씨와 얼굴을 마주한다. 박씨는 검찰 조사 및 법정에서 “조민을 세미나장에서 본 적 없다”고 했다.

반면 세미나 당시 센터 사무국장으로 일한 김모씨는 동영상 속 여성에 대해 “해당 여성은 조민”이라고 진술했다. 법정에서 “세미나 날 조민이 가슴 정도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에 뿔테 안경을 쓰고 있었던 걸 본 적 있어서 동영상 속 여성이 조민이라 생각한다”고 증언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뉴시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뉴시스

재판부는 엇갈린 진술의 신빙성을 어떻게 판단했을까. 먼저 조씨 친구 장씨의 진술을 살폈다. 장씨는 위 진술을 하며 “세미나 때 중국어 발표 장면이 기억난다”고 했다. 해당 영상을 돌려보니 실제 중국 교수가 중국어로 토론하는 장면이 나왔다. "조민이 아니다"라는 증언의 신빙성에 힘을 싣는 진술이었다.

반대로 세미나에서 조씨를 봤다는 김씨의 진술에는 믿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2009년 한 번 조씨의 얼굴을 보고 검찰 조사를 받을 때까지10년 동안 조씨를 본 적이 없는데, 영상 속 옆모습만 보고 조씨임을 알아본다는 김씨의 진술은 믿기 어렵다”고 했다. 또 김씨가 조씨를 세미나에서 봤다고 한 2009년 5월에 조씨는 긴머리가 아니라 단발머리였음이 조씨의 졸업사진을 통해 밝혀졌다.

조씨 스스로 한 진술도 영상 속 여성이 본인이 아니라는 근거가 됐다. 조씨는 검찰 조사에서 “세미나장 가장 뒷줄에 앉았다”라고 진술했는데, 영상 속 여성은 세미나장 좌석 중간쯤 앉아 있었다. 재판부는 “조씨가 검찰에서 한 진술과 동영상 속 여성이 조씨라는 정 교수의 주장은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조국과 친분 있는 한인섭 원장 진술도 한 근거

 한인섭 형사정책연구원장. [뉴시스]

한인섭 형사정책연구원장. [뉴시스]

정 교수의 1심 판결문에는 한인섭 형사정책연구원장(당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장)의 검찰 진술도 나온다.

한 원장은 지난해 9월 검찰 조사에서 “당시 세미나장 안에 있었던 고등학생들을 본 기억은 있지만 조민을 만나거나 조국으로부터 조민을 소개받은 기억은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한원장은 정 교수의 남편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같은 대학 교수다. 재판부는 한 원장과 조 전 장관의 관계로 볼 때 “세미나에서 조민을 본 적 없다”라는 정 교수와 조 전 장관에게 불리한 허위진술을 한 원장이 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한 원장이 세미나 개최 전 조민을 만났거나 조 전 장관으로부터 소개받았다면 그런 사실은 충분히 기억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에 비춰 한 원장의 검찰 진술을 믿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 원장은 지난 5월과 7월 정 교수 재판에 증인으로 소환됐다. 5월에는 불출석 사유서를 냈고, 7월에는 출석했지만 “내가 피의자 신분”이라며 증언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에 정 교수측이 신문 당일 증인 신청을 취소하면서 한 원장은 40여분 만에 별다른 증언 없이 법정에서 퇴정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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