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자주 하면 발암 확률 높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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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근무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암을 일으킨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덴마크 코펜하겐 암 연구소는 야간 근무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50%나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7천여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1964년까지 소급해 야간근무와 유방암 발생 여부를 조사한 결과 야간근무를 한지 6개월부터 유방암 발생률이 증가하기 시작했으며 기간이 길수록 발생률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장암도 야간 근무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이 최근 간호사 7만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 달에 세차례 이상씩 15년 동안 야간근무를 한 경우 대장암 발생률이 35%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유방암과 대장암은 선진국에서 가장 흔한 암이다. 우리나라도 최근 유방암이 위암을 젖히고 여성들에게 가장 흔한 암으로 떠올랐으며 대장암은 남녀 함께 최근 10년 사이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암이다.

지금까지 이들 암은 육류와 지방을 많이 먹는 서구식 식사와 운동부족으로 인한 비만이 깊게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이들 요인 이외에 야간근무도 중요한 위험요인으로 떠오르게 됐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이들 암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도 여성의 경제 참여 확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인다.

그렇다면 야간근무는 왜 이들 암의 발생률을 높이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호르몬의 교란을 손꼽는다.

미국 토머스제퍼슨의대 조지 브레이너드 교수는 최근 미국과학진흥협회 회의에서 "밤에 정상적으로 분비되어야할 멜라토닌 호르몬이 야간 근무 도중 제대로 분비되지 않는 것이 암 발생을 높이는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멜라토닌은 뇌 깊숙이 위치한 송과선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숙면을 유도하는 기능을 갖는다.

원래 의학적으론 장기간 비행기 여행으로 인한 피로 등 제트래그에 처방되었으나 면역력 강화와 항산화 작용까지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미국에선 건강보조식품의 하나로 의사의 처방없이 시판되기도 한다.

인간의 뇌에서 분비되는 멜라토닌과 야생식물 등에서 추출한 것과 성분 면에서 동일하기 때문이다.

멜라토닌은 조명이 어두울수록 잘 분비된다. 야간 근무자는 조명을 다소 어둡게 하고 필요하다면 의사와 상의 하에 멜라토닌 제제를 복용하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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