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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주차장까지 10m 음주운전’ 무죄…대리기사가 신고

중앙일보

입력

지난 3월 광주에서 시행한 '트랩(trap)'형 음주단속. 기사 내용과는 관련 없음. 연합뉴스

지난 3월 광주에서 시행한 '트랩(trap)'형 음주단속. 기사 내용과는 관련 없음. 연합뉴스

음주 상태로 도로에서부터 상가 주차장까지 10m를 운전한 40대 A씨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의 음주운전이 형법상 긴급피난에 해당한다고 봤다. 긴급피난은 급박한 위기를 피하기 위한 행위로 타당한 이유가 있을 경우 처벌하지 않는다. A씨를 신고한 건 대리운전기사였다.

"천천히 가달라"로 말다툼

23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6단독(판사 손정연)은 지난 17일 A씨의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 6월 30일 서울 성동구 금호로에 주차된 자신의 차량을 상가 주차장까지 직접 몰았다. 운전 거리는 약 10m,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32%였다.

당시 A씨는 지인 2명과 함께 술을 마신 뒤 노래방에 가기 위해 대리운전 기사를 불렀다. 대리운전 기사에게 A씨가 “과속방지턱이 많으니 천천히 가달라. 급하신 게 있으면 다른 사람을 부르겠다”고 말했고, 이 때문에 대리기사와 A씨 사이에 말다툼이 일었다. 대리기사는 노래방 건물의 주차공간으로 진입하려다가 차량 바퀴가 도로경계석에 걸리자 건물 앞 차도에 차를 세운 뒤 내렸다.

대리기사, 동영상 찍어 신고

정차 위치는 편도 2차로 중 우측 차선으로, 버스정류장과도 가까워 주차금지 구역이었다고 한다. A씨는 대리기사가 돌아간 뒤 일행이 차량 뒤를 봐주는 상황에서 노래방 주차장까지 후진 주차했다. 대리기사가 경찰에 신고하기 위해 찍은 영상에는 A씨의 일행이 차량 뒤에서 수신호를 하는 장면까지 함께 찍혔다.

法 "대리기사 다시 부르기엔 급박" 

재판부는 “당시 야간으로 비가 내리고 있었으므로, 차량이 해당 위치에 계속 정차하면 차량흐름을 방해하는 정도가 작지 않고, 교통사고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며 “노래방 업주나 일반 행인에게 운전을 부탁하는 것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고, 또 다른 대리기사를 기다리기에는 급박할 수 있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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