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에서 유력 정치인이 코로나19 사태 속에 아들 결혼식을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치렀다. 축하객만 1만 명이 다녀가면서 현지에서 화제와 논란을 동시에 불렀다.
21일(현지시간) BBC 등 외신에 따르면 현직 말레이시아 국회의원인 텡쿠 아드난 텡쿠 만소르는 최근 아들의 결혼식을 차량을 이용한 드라이브 스루 형태로 진행했다. 하객 간에 거리 두기가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신랑과 신부가 푸트라자야의 정부 청사 앞 야외 결혼식장에 앉아 있고, 하객이 승용차에 탄 채로 지나가면서 신랑과 신부를 향해 손을 흔들며 축하하는 방식이었다.
독특한 형태의 결혼식에 하객 약 1만 명이 몰리면서 성황을 이뤘다. 참석한 차량 행렬이 모두 지나갈 때까지 3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결혼식이 끝난 뒤 하객들은 선물로 음식 꾸러미를 받아갔다.
텡쿠 아드난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나와 가족은 매우 영광스럽다.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결혼식 절차를 잘 이해하고 따라줘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날 결혼식은 현지 소셜미디어(SNS)에서도 화제였다. "창의적인 데다 식장 대관료도 아낄 수 있는 방식"이라는 긍정적 반응 한편으론 아무리 '드라이브 스루'라고 해도 코로나19 상황에 하객을 1만 명이나 모은 건 심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더군다나 결혼식 다음 날에 텡쿠 아드난은 법원에서 부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벌금과 함께 징역 12개월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SNS에는 "텡쿠 아드난은 (이런 상황에서도) 부를 과시하는 데 수치심을 느끼지 못하는 모양"이라며 성대한 결혼식을 비꼬는 글도 올라왔다.
말레이시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9만3000여 명, 누적 사망자는 430여 명에 이른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