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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쓰레기로 난방, 수소차로 쓰레기 수거…지자체의 '탄소중립'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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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양시 향동 행복주택 아파트 베란다에 미니태양광 설비가 설치돼 있다. 고양시 제공

경기도 고양시 향동 행복주택 아파트 베란다에 미니태양광 설비가 설치돼 있다. 고양시 제공

18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고양바이오매스 에너지시설. 고양시 주민들이 버린 음식물쓰레기가 매일 250t씩 이곳으로 모인다. 음식물 쓰레기는 복잡한 처리 시스템을 거쳐 친환경 퇴비 등으로 재활용되는데 이 과정에서 온실가스의 일종인 메탄가스가 발생한다. 시설 책임자인 이상진 고양바이오에너지처장은 “음식물 쓰레기 처리 시스템은 사람의 소화 과정과 비슷해, 음식물을 소화하면서 장에서 가스가 나오는 것처럼 음식물 쓰레기도 처리 과정에서 메탄가스가 배출된다”고 설명했다.

경기 고양시의 음식물쓰레기를 활용해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는 고양바이오매스 에너지시설 중앙제어실의 모습. 천권필 기자

경기 고양시의 음식물쓰레기를 활용해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는 고양바이오매스 에너지시설 중앙제어실의 모습. 천권필 기자

과거에는 이렇게 생기는 메탄가스를 태워서 버렸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고양바이오는 민간업체와 손을 잡고 메탄가스를 원료로 바이오가스를 생산해 지역난방공사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2.7㎞ 길이의 배관을 통해 이송된 바이오가스는 난방 에너지 등으로 쓰인다. 일부는 음식물 처리 과정에서 나오는 악취를 제거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쓰고 있다. 고양시는 이를 통해 올해 4억 3000만원의 경제적 효과를 거두고 온실가스 약 4000t을 감축한 것으로 추산했다.

인근 향동 행복주택 단지에서도 이른바 ‘리빙랩(Living Lab)’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공공임대주택 전 세대를 대상으로 미니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했다. 관리사무소에서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세대별 발전량과 이산화탄소 저감량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다. 층고와 일조 방향에 따라 발전량도 다소 차이가 났다.

고양시는 면적별로 30~67%까지 전기세를 절감하는 한편, 연간 100t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정창희 관리소장은 “입주민들도 모바일 앱을 설치하면 집에서 발전되는 양과 절약되는 에너지 비용 등을 확인할 수 있다”며 “미니태양광을 통해 한 가정이 1년에 5만원 이상의 전기료를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고양시, 축구장 9개 태양광발전소 건설 

자유로 시민햇빛발전소. 고양시 제공

자유로 시민햇빛발전소. 고양시 제공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과 2050 탄소중립 선언을 계기로 지방자치단체들의 탄소배출 저감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역 특성의 맞는 맞춤형 감축 사업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기후변화 대응력을 높이겠다는 이유에서다. 17개 광역지자체와 63개 기초지자체는 지난 7월 지방정부 실천연대를 발족하고 탄소중립을 선언하기도 했다.

특히, 인구가 많은 대도시나 산업시설이 밀집한 지자체가 보다 적극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고 있다. 서울과 인접한 경기 고양시가 대표적인 사례다. 고양시는 2014년에 인구 100만 명을 돌파했고, 인구밀도도 90년대 이후 4배 이상 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도 증가해왔다.

이에 고양시는 지난해 말부터 파리기후변화 협약 이행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특히, 올해 말까지 건물과 도로, 주차장 부지 등을 활용해 축구장 9개 면적의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하는 등 에너지전환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배출전망치(BAU) 대비 32.8%를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이재혁 고양시 기후환경국장은 “분기별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지표를 산정하고 목표를 얼마나 이행했는지를 점검하고 있다”며 “지금보다 더 많은 예산이 투입돼야 탄소중립으로 가고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소트럭으로 쓰레기 수거 

창원시가 다음달부터 도입하는 쓰레기 수거용 수소트럭. 창원시 제공

창원시가 다음달부터 도입하는 쓰레기 수거용 수소트럭. 창원시 제공

다른 지자체들도 지역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온실가스 저감 정책을 내놓고 있다. 창원시는 2040년까지 전체 등록 차량의 10%인 5만2500대의 수소차를 보급하는 내용 등을 담은 ‘2040 창원 수소 비전’을 발표했다. 충전소 확충 등 수소 인프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한편, 내년 1월부터 수소트럭을 도입해 쓰레기 수거 차량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석탄발전소가 밀집한 충남 당진시의 경우 RE100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RE100 산업단지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형태의 산업단지를 말한다. 이를 통해 지역 발전과 친환경 에너지 전환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지자체 온실가스 감축 사업 사례 지역.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지자체 온실가스 감축 사업 사례 지역.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전라남도는 염전 부지를 활용해 농지태양광 시설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전남은 현재 국내 염전 가운데 약 85%가 밀집돼 있다. 또, 서해 등에 바다숲을 조성해 최근 심화하고 있는 바다 사막화를 막고 100만t 이상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울산시도 동해에 세계 최초이자 최대 규모인 1GW급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하는 등 해상풍력발전을 제2의 조선산업으로 육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탄소중립 선언이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실행 주체인 지방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연희 이클레이(ICLEI, 지속가능성을 위한 세계지방정부) 한국사무소장은 “그동안에는 중앙정부가 정책을 세우고 지방정부는 그 정책을 실천하는 파트너였지만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면 이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며 “지방정부 단위에서 여러 혁신적 정책이나 실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도 지자체의 온실가스 감축 이행 점검을 컨설팅하고, 지역 여건을 고려한 감축 사업을 발굴하는 등 지자체가 기후변화 대응 능력을 키우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한국환경공단 조강희 기후대기본부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2050년 탄소중립 비전을 선언하면서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지역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며 “내년에도 지역 맞춤형 탄소중립계획이 차질없이 마련되도록 실무 컨설팅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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