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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해양보호생물’ 그들은 우리와 함께 있다

중앙일보

입력

해양생태계 서식처 기능개선 복원 사업은 해양생태계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 17조(서식지외보전활동 지원), 제18조(해양동물 구조·치료 지원), 제19조(해양보호생물 보전), 제24조(유해해양생물 제거)를 근거로 수행하는 법정사업으로 유해해양생물의 체계적 관리를 통해 생태계 건강성을 제고하고, 해양보호생물의 생태적 안정도를 높이기 위해 서식지 기능 강화, 나아가 멸종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개체수 회복을 유도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해양수산부에서 위탁을 받아 해양생태계 서식처 기능개선 복원 사업 중 해양보호생물 서식지 현황 조사 및 데이터베이스 구축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필자는 현재까지 보호종으로 지정되어 있는 80종의 생물 중 조간대에 서식하고 있는 게류 7종(갯게, 흰발농게, 남방방게, 두이빨사각게, 눈콩게, 달랑게, 붉은발말똥게)과 고둥류 2종(기수갈고둥, 대추귀고둥), 말미잘류 1종(유사벌레붙이말미잘) 등 10종의 실태 조사를 수행했다. 그 외에도 푸른바다거북, 점박이물범 등 다양한 해양보호생물을 접할 수 있었다.

접했던 해양보호생물 모두가 기억에 남아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해양보호생물은 푸른바다거북이다. 실제 우리 바다에도 이런 커다란 바다거북이 산다는 것도 연구를 통해 처음 알게 됐고, 그것이 신비로웠다.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2017년에 인공증식에 성공한 80여 마리의 푸른바다거북을 제주 앞 바다에서 자연 방류했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바다거북 폐사체 부검연구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우리 바다에 많은 쓰레기가 버려져 있고 바다거북들이 이를 먹이로 오인해서 먹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던 것에서 해양생물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앞으로 많은 것들을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년 해양생태계 서식처 기능개선 복원 사업 목표 중 하나가 달랑게 인공증식 기술 개발이다. 필자는 현재 군산대학교 연구팀과 함께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데, 현재 6월 인공증식을 통해 부화에 성공한 달랑게 유생을 사육하고 있다.

최근 달랑게 인공증식 기술 개발을 하면서 깨달은 사실은 동해, 서해, 남해 구분 없이 아직 해양보호생물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서식처 보호 등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보통 해양보호생물은 멀고 깊은 바다에 살 것이라고 생각한다. 해양보호생물이라고 하면, 커다란 고래류나 바다거북류 등을 떠올리지만, 우리 주변 가까이에도 서식하고 있는 작은 게류나 고둥류 중에도 보호를 받아야 하는 생물들이 있다.

특히, 이들은 우리와 함께 살기 때문에 더욱 생존의 위협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생물은 저마다 조금씩 다른 환경에 적응해 살아왔고, 생태계에서 저마다의 역할이 있다. 하지만 그런 생물들이 점점 살기 어려워지고 개체수가 줄어드는 것은 도시화로 인해 그만큼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단순해지기 때문이다. 환경의 다양성이 낮아지면 생물의 다양성도 떨어지고 생태계가 균형을 잃게 된다.

우리 주변의 해양 생물들이 잘 살 수 있도록 그들을 알고 보호하는 것이 우리 바다와 건강한 자연 환경을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를 지키는 길이다. 그 첫걸음은 우리가 보호해야 될 해양생물은 무엇이 있는지 관심을 가져 알고, 그들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김민섭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생태보전실 선임연구원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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