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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금강산 우리 식 건설”…남측 시설 철거 시작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북한 경제를 총괄하는 김덕훈 내각 총리(가운데)가 금강산관광지구 개발사업 현장을 시찰하고 개발계획 집행을 위한 실무적 문제들을 토의했다고 20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노동신문=뉴스1]

북한 경제를 총괄하는 김덕훈 내각 총리(가운데)가 금강산관광지구 개발사업 현장을 시찰하고 개발계획 집행을 위한 실무적 문제들을 토의했다고 20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노동신문=뉴스1]

김덕훈 북한 내각 총리가 금강산관광지구 개발 사업현장을 찾아 “우리 식으로 건설하겠다”고 밝혔다고 북한 매체들이 20일 보도했다. 금강산관광지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0월 현장을 방문해 “남측 시설물을 싹 들어내고 독자적으로 개발하라”고 지시했던 곳이다. 이후 코로나19가 발생한 뒤 북한 당국은 한동안 금강산 개발을 언급하지 않다가 다음 달 초 개최되는 8차 당대회를 앞두고 금강산 철거 카드를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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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총리는 고성항 해안관광지구, 해금강 해안공원지구, 체육문화지구 등을 돌아봤으며 “관광지구를 금강산의 자연경관에 어울리면서도 민족적 특성과 현대성이 결합된 우리 식으로 건설함으로써 민족의 명산 금강산이 인민을 위해 복무하는 명산, 온 세상이 부러워하는 문화휴양지로 되게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현지에서 진행된 협의회에선 “세계적 수준의 호텔, 골프장, 스키장 등의 설계와 시공에서 주체적 건축사상과 건설 정책을 철저히 구현하기 위한 대책들이 토의됐다”고 통신은 전했다.

통일부는 이날 북한 보도와 관련해 “적절한 시기에 만나 협의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냈다. 하지만 북한 보도 대로 금강산 일대에서 주체적 건축을 철저히 구현하려면 먼저 남한 자본으로 건설된 건물, 장비부터 싹 들어내야 한다.

이때문에 북한의 갑작스러운 ‘우리 식 건설’ 보도는 북한이 내년 과제로 금강산 독자 개발을 전면에 내건 뒤 ‘금강산 시설 철거’ 위협으로 대남 압박에 들어가는 수순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이 내년 4월 보궐선거 시점에 맞춰 금강산 시설 폭파를 위협해 정부 압박 효과를 극대화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물론 북한이 궁극적으로 겨냥한 상대는 미국의 조 바이든 신임 행정부로, 한국을 압박해 한·미 관계를 흔들어 보면서 미국에 비핵화 타협은 없다는 의지를 전하는 외교술이다.

한편 평양 김일성 광장에선 분주한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다. 18일(현지시각)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인 38노스는 상업용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김일성 광장에 높은 벽으로 둘러싸여 가려진 구조물이 등장했다고 밝혔다. 이 구조물은 김일성 광장에서 열병식이 열릴 때 김정은 위원장 등이 지켜보는 장소의 바로 맞은 편에 있다. 이때문에 이 구조물은 당대회 때 열병식이 열릴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크리스마스 전후로 내년 초 공식 일정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며 “대규모 군중 행사나 열병식이 열린다면 당대회 직후, 즉 내달 8일 전후에 개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용수·박용한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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