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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울음소리 안나는 폐광지역 “어린이집 무더기 문 닫을 판”

중앙일보

입력

어린이집 이미지. 연합뉴스

어린이집 이미지. 연합뉴스

강원 폐광지역 어린이집이 원아가 급격하게 줄면서 존폐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태백지역 어린이집 정원 충족률 69% 불과 #50% 아래로 떨어지면 안정적 운영 어려워

 대표적인 폐광지인 태백시의 한 어린이집은 18일 현재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가 24명으로 정원(68명) 충족률이 35%에 불과하다. 매년 출산율 저하와 인구 감소 등으로 새로 들어오는 아이가 줄고 있다.

 또 정원이 25명인 인근 어린이집도 현재 11명만이 다니고 있어 정원 충족률이 절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태백시의 경우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10년간 5만424명이던 인구가 4만3975명으로 1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연간 출생아 수도 460명에서 188명으로 급감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다닐 수 있는 연령대인 0∼7세 아동이 매년 줄면서 문을 닫는 시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실제 올해 초엔 정원이 20명 안팎이던 어린이집이 원아 부족으로 폐업하는 등 2018년부터 최근까지 3년간 문을 닫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8곳에 이른다.

태백시, 최근 3년간 문 닫은 시설 8곳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다. 중앙포토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다. 중앙포토

 태백시 어린이집연합회 측이 지난 9월 어린이집 22곳을 조사한 결과 평균 정원 충족률이 69%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회 측은 지금처럼 출생아 수가 줄어드는 추세라면 앞으로 2년 안에 어린이집 정원 충족률이 50%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어린이집의 경우 교사 인건비와 시설운영비 등을 충당하기 위해선 정원 충족률이 50%를 넘어야 안정적으로 운영이 가능하다

 어린이집 원아 부족 상황은 인근 폐광지인 영월도 마찬가지다. 정원이 39명인 영월 한 어린이집의 경우 현재 다니고 있는 원아가 6명에 불과해 정원 충족률이 15%다. 정원이 79명인 또 다른 어린이집도 현 인원이 25명으로 정원 충족률이 31%에 그치고 있다.

 영월 역시 2010년 233명이던 출생아 수가 2015년 166명으로 줄더니 지난해 122명으로 떨어졌다. 영월군 관계자는 “예전에 큰 어린이집이었는데 인구가 매년 줄다 보니 어느새 아이들이 사라졌다”며 “그나마 지난해부터 매년 30만원씩 지급되는 육아기본수당이 생기면서 출산율 감소세가 더뎌졌다”고 말했다.

 영월군에 따르면 매년 줄던 출생아 수는 2018년 122명, 지난해도 122명으로 감소세가 일단 멈췄다. 올해의 경우 11월 말 기준 114명이 태어났다.

육아기본수당 출생아 증가 효과 있을까

어린이집 이미지. 연합뉴스

어린이집 이미지. 연합뉴스

 강원도는 지난해 1월부터 전국 최초로 육아기본수당 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강원도 거주자가 출산하면 소득과 상관없이 4년간 1인당 월 30만원, 총 1440만원을 준다. 단, 아이 출생일 기준으로 엄마 또는 아빠가 강원도에 1년 이상 살아야 한다. 강원도는 육아기본수당 지원 사업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 내년 1월부터 육아기본수당 지원금을 10만원 인상해 월 40만원씩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폐광지에선 지원금도 중요하지만 젊은 층이 지역을 떠나지 않도록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홍연숙 태백시 어린이집연합회장은 “정원 충족률이 50% 이하로 떨어지면 안정적으로 어린이집을 운영할 수 없어 일부 어린이집은 내년에 반을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라며 “육아기본수당과 같은 지원 사업과 함께 젊은 사람들이 지역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않으면 앞으로 상황은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태백·영월=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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