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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플라스틱, 돌고 돌아 다시 나에게

중앙일보

입력

현재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필자의 진로 설정 계기는 특별할 것 없었다. 그저 일반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던 나는 해양학과에 입학했다. 아무것도 모른 채 바다로 해양조사를 나가서 조사를 하고, 해수/퇴적물 및 생물들을 실험실로 가져와 실험/분석을 하는 일들 하나하나가 모두 생소했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 자체가 좋았다.

현재 필자가 하는 일을 한마디로 얘기하면 “동물플랑크톤을 이용해서 해양생태계의 변동을 이해한다”고 정의할 수 있다. 좀 더 풀어서 말하자면, 지구온난화 및 기후변화, 환경오염 등 많은 해양환경 변화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러한 환경변화가 해양생물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역으로 해양생물을 이용하여 해양생태계를 이해하고 나아가 예측하는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다.

필자의 업무가 이렇다 보니 환경오염과 그 영향의 심각성에 대해 더 많이 체감하고 여러 생각을 갖게 된다.

최근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전염성 높은 바이러스의 확산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게는 오히려 백신의 역할을 한다고 한다. 이를 두고 '코로나의 역설'이라 부르고 있다. 코로나19로 사람의 활동이 줄어들며, 자연이 본래모습을 회복하고, 야생동물들이 다시 자신의 영역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의 플라스틱 등 일회용품 사용이 늘어나면서, 이와 관련된 환경문제들도 제기되고 있다.

플라스틱은 매년 어마어마한 양이 바다로 유입되면서 이전부터 해양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잘 알려져 있다. 1년에 해양으로 유입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약 480만톤에서 1270만톤에 달한다.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잘 알려준 사례로, 한 바다거북이의 코에 박힌 빨대를 뽑아내는 영상은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지구라는 공간에서 함께 살아가는 생명들이 인간이 버린 쓰레기로 많은 피해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면 미안하기 그지없다.

플라스틱이 고래나 바다거북이 같은 대형 해양생물에게만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바다로 유입된 플라스틱은 자외선과 파도로 인해 작은 플라스틱 입자로 쪼개진다. 작아진 입자로 인한 피해는 대형 해양생물에서 작은 무척추동물과 동물플랑크톤까지 대폭 확장된다.

이러한 미세플라스틱은 해안, 무인도, 대양, 심해, 극지방 등 지구 전체에 분포해 있으며, 심지어 우리가 먹는 수산물, 소금 등 식품에서도 검출되고 있다. 우리가 버린 쓰레기가 생태계 순환으로 돌고 돌아 다시 우리에게 악영향을 주는 것이다.

세계자연기금(WWF)이 지난해 발표한 ‘플라스틱의 인체 섭취 평가 연구’에 따르면, 한 사람이 매주 평균 2천개의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있다고 한다. 신용카드 한 장이나, 볼펜 한 자루와 같은 수준이다.

각종 국제기구와 여러 나라들이 심각한 문제로 인지하고, 플라스틱 남용과 환경오염 저감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가장 먼저 개개인들이 이러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지구의 다른 동거인들을 위해서 그리고 우리를 위해서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변화가 필요하다.

-김혜선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생태보전실 선임연구원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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