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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아도 너무 낮아…‘영하 92도’ 운반 화이자 백신 전량 회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에서 화이자 백신을 담은 운송 상자 4개의 온도가 영하 92도까지 떨어져 백신 수천회 분이 회수되는 일이 발생했다. 미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개발한 이 코로나19 백신의 적정 보관 온도는 영하 70도다.  

미국에서 접종이 시작된 화이자 백신. [AP=연합뉴스]

미국에서 접종이 시작된 화이자 백신. [AP=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CNBC,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 정부 코로나19 백신 개발 프로그램 '초고속 작전'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인 구스타프 퍼나 육군 대장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캘리포니아주 두 곳과 앨라배마주 한 곳에 배송된 일부 화이자 백신 운송 상자의 온도가 영하 92도까지 떨어져 이 백신들을 화이자 측에 반납했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백신을 트럭에서 내리지 않고 즉시 반납했으며 곧바로 대체 물량(백신)을 보냈다"고 덧붙였다.  

화이자 백신 적정 온도는 영하 70도 #영하 92도 안전성 여부는 안 밝혀져

문제가 생긴 상자는 총 4개로 한 상자에 975회분의 백신이 담긴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3900회분의 백신이 반품된 셈이다. 미국은 지난 14일부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화이자 백신 접종에 돌입했다. 영국과 캐나다에서도 화이자 백신 접종을 진행하고 있다.  

화이자 백신은 보관 온도를 영하 70도로 유지해야 효능이 보장된다. 상온에서 해동한 뒤 6시간 이내 접종하지 못하면 폐기해야 한다. 영상 2~8도에서 보관되는 일반 백신들과 다른 전례없이 까다로운 보관 조건이다. 때문에 온도 유지는 화이자 백신 수송 작전의 관건으로 여겨진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 직원들이 코로나 백신 상자에 드라이아이스를 넣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제약사 화이자 직원들이 코로나 백신 상자에 드라이아이스를 넣고 있다. [AP=연합뉴스]

화이자 백신은 피자 박스처럼 생긴 보관 상자에 드라이아이스를 채우고, 이 상자를 특수 컨테이너에 담아 배송한다. 컨테이너에는 위치와 온도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물류업체 본부로 전송하는 위성항법장치(GPS)와 첨단 센서가 부착돼 있다.

이처럼 초저온 유지에 공을 들이는 사이 오히려 온도가 더 내려가 문제가 생기는 일이 발생했다는 이야기다.

다만 아직까지 화이자 백신이 이처럼 과도하게 낮은 온도에 노출됐을 경우 안전성 여부는 규명되지 않았다. 또 백신 운송 상자의 온도가 급격하게 떨어진 원인도 밝혀지지 않았다.

16일 미국에서 화이자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AP=연합뉴스]

16일 미국에서 화이자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AP=연합뉴스]

퍼나 대장은 "우리는 모험을 하지 않았다"면서 "현재 화이자, 식품의약국(FDA),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이렇게 낮은 온도가 화이자 백신에 안전한지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자 온도가 지나치게 떨어진 이유를 묻는 질문에 화이자 측은 답변하지 않고 있다고 CNBC는 전했다.  

퍼나 대장은 "미 당국은 이번 주에만 290만회 분의 화이자 백신을 전역으로 운송했고, 다음 주에도 화이자 백신 200만회 분 배송이 예정돼 있으며 사용 승인이 날 경우 모더나 백신 590만회 분 운송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FDA 자문기구인 백신·생물의약품 자문위원회(VRBPAC)는 17일 모더나 백신의 긴급 사용 권고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권고 결정이 내려지면 FDA의 모더나 백신 승인 절차는 18일에 마무리될 수 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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