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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억만장자' 니가드, 미성년자 성착취 혐의로 美서 체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성범죄 혐의로 체포된 피터 니가드(79) 여성의류업체 '니가드 인터내셔널' 전 회장. AP=연합뉴스

성범죄 혐의로 체포된 피터 니가드(79) 여성의류업체 '니가드 인터내셔널' 전 회장. AP=연합뉴스

패션업계 거물 피터 니가드(79) 여성의류업체 ‘니가드 인터내셔널’ 전 회장이 미성년자 성착취 등 혐의로 미국에서 14일(현지시간) 체포됐다고 가디언과 CNN 등이 보도했다.

니가드는 이날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라 캐나다 매니토바주(州) 위니펙에서 성착취, 공갈 등 9건의 혐의로 체포돼 미국으로 넘겨졌다. 다음날 마스크를 끼고 머리를 묶은 채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니가드는 자신의 혐의 일체를 부인했다.

니가드는 1995년부터 패션업계 내에서의 영향력을 이용해 미국과 캐나다, 바하마에서 피해자 수십 명을 유인해 자신의 지인들과 함께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미국 수사 당국은 니가드가 일부 피해자들을 성폭행하기 위해 마약을 사용하기도 했으며, 피해자 대부분은 빈곤층이거나 학대 경험이 있는 여성들이었다고 전했다.

2007년 6월 한 핀란드 축제에서 니가드가 영화배우 파멜라 앤더슨과 핀란드 모델 엘런 요키쿤나스와 무대에 올라가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07년 6월 한 핀란드 축제에서 니가드가 영화배우 파멜라 앤더슨과 핀란드 모델 엘런 요키쿤나스와 무대에 올라가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공소 내용에 따르면 니가드는 ‘여러 수단’을 동원해 성착취 피해자를 물색했다. 바하마와 캘리포니아 머리나델레이에 있는 자신의 사유지에서 무료 음식과 음료, 스파 서비스를 제공하는 파티를 회삿돈으로 열고, 여기서 범행 대상으로 삼을 피해자를 고르기도 했다.

공소장에는 니가드가 일부 피해자들을 위협해 ‘스윙어 클럽(교환 성관계 클럽)’에 데려갔다는 내용도 명시됐다. 니가드는 피해자들을 ‘여자친구’라고 불렀으며, 업계 퇴출·체포·소송 등으로 협박해 폭로를 막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올해 초 피해 여성 10여명은 니가드가 현금을 주면서 ‘모델이 되게 해주겠다’며 자신들을 바하마의 사유지로 불러냈으며, 이후 술이나 마약에 중독돼 성폭행을 당했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일부 피해자는 사건 당시 14~15살 미성년자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직후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뉴욕 타임스퀘어에 위치한 니가드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뉴욕의 한 니가드 인터내셔널 매장. EPA=연합뉴스

미국 뉴욕의 한 니가드 인터내셔널 매장. EPA=연합뉴스

니가드의 입건 사실이 알려지며 피해 사례 제보도 계속됐다. 현재까지 소송에 참여한 피해자만 57명으로, 이들은 니가드가 폭력과 협박, 바하마 당국에 대한 뇌물, 회사 직원을 통한 회유 등으로 피해자들을 꾀어냈으며 수십년간 법망을 피해 왔다고 지적했다. 니가드가 회사 서버에 잠재적 피해자로 지목한 여성들의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놨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과거 니가드는 국내 언론에 ‘캐나다 억만장자’로 소개되기도 했다. 관련 의혹이 제기된 후 니가드 인터내셔널 측은 니가드가 회장직에서 물러나며 회사 지분을 처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니가드 인터내셔널은 올해 3월 파산을 신청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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