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 병동 안된다" 中 주민들 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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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에서 사스 감염을 우려하는 주민들의 폭동이 일어나는가 하면 대도시에서 사스가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지방정부가 도로를 봉쇄하는 등 중국이 1989년 천안문(天安門) 사태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 보도에 따르면 톈진(天津)시 서북쪽 20㎞ 지점의 소도시 차구강에서는 27일 밤 주민 수천여명이 현지의 한 중학교가 사스 격리병동으로 지정된 데 항의하며 학교를 점거하고 집기를 불태우는 등 거세게 항의했다.

주민들은 건물에 불을 지르고 유리창을 파손하는 등 자정까지 시위를 하다 출동한 공안들에 의해 강제 해산됐다. 주민 수십명은 공안에 연행됐다.

일부 지방정부는 사스를 차단한다는 명분 아래 베이징(北京)과 광둥(廣東)성 등 사스 다발 지역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봉쇄하는 극단적 방역책을 강행하고 나섰다. 베이징에서 톈진으로 향하는 103번 국도 인근의 샹허(香河)현 진입로도 27일 차단됐다.

샹허현은 사스가 확산되고 있는 베이징에서 사람이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굴착기를 동원해 도로 중간을 1m 정도 판 뒤 차량과 사람의 통행을 막았다.

이에 대해 국무원 교통부는 정상적인 통행과 화물 운송을 막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긴급명령을 내렸다.

교통부 회람문 형식으로 된 명령에는 도로 봉쇄 행위가 사회적 안정을 크게 저해하는 것은 물론 사스를 치료하기 위한 필수 의료장비와 의약품의 운송까지 막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편 29일 방콕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중국' 보건장관 회담에 참석한 각국 대표는 공항이나 항구를 통해 출국하는 여행객들에 대한 철저한 검역을 의무화하고, 사스 추가 발병에 대처하기 위한 정보교환 창구인 아세안센터를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한편 중국 최대의 경제도시인 상하이(上海)의 증시는 5.1 노동절 휴가를 포함해 다음달 1일부터 18일까지 폐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스 확산 방지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국 정부는 질병 예방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후난(湖南)성 창사(長沙)시 담당 공무원 7명을 면직했으며 근무지를 이탈한 네이멍구(內蒙古) 공무원 9명도 정직했다.

그러나 중국의 사스 확산 추세는 잠잠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9일 현재 중국에서는 2백2명의 환자가 추가로 발생해 총 감염자 수는 3천3백3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는 모두 1백48명에 달한다. 지금까지 베이징 시 당국이 사스로 격리시킨 주민은 모두 9천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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