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경제 봉쇄조치인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 격상 우려 속에서도 코스피 고공행진은 계속되고 있다. 15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5.38포인트(0.19%) 내려 마감했으나 2756.82로 2700선을 거뜬히 유지했다.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는 이날 오후 ‘코스피 최고치 경신, 현재와 미래를 논하다’를 주제로 공동 온라인 토론회를 열었다.
‘10년 박스피’ 탈출에…거래소·금투협 공동 토론회 열어
코스피는 수년간 큰 변화 없이 오르락내리락만 반복해 ‘박스피’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였다. 하지만 “3월 급락기 대비 코스피는 87% 이상, 코스닥은 110% 이상 올랐다”는 임재준 한국거래소 부이사장의 인사말대로 올해는 달랐다.
주제발표를 맡은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방역이 잘 됐고 삼성전자·현대차·네이버·카카오 같은 한국 대표기업들이 비즈니스를 잘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개인 투자자의 힘이 컸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개인투자가 매매까지 살핀 올해 실질 자금유입 규모는 84조원이 넘는다”면서 “과거 개인 돈이 가장 많이 들어왔던 때가 2005~2008년인데 당시 펀드 형태로 4년 동안 96조원이 들어왔던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상당히 큰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개미가 끌어 올린 코스피 2700…“집단적 성공 경험 첫해”
늘 고점에서 사서 저점에 팔던 개인투자자들이 올해는 달랐다. 김 센터장은 “1992년 주식시장 개방 후 거의 예외 없이 바닥에선 외국인이 사고, 개인은 오른 다음에야 사곤 했는데 올해엔 개인이 바닥에서부터 끌어올렸다”면서 “한국 사람들이 주식 투자에 대해 안 좋은 생각을 가졌던 건 고점에서 사서 손해 보고 팔아 나쁜 학습효과가 쌓였기 때문인데, 올해엔 집단적 성공의 경험으로 새로운 믿음을 갖는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다른 발표자인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도 개인투자자 얘기부터 했다. 그는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개인 비중이 지난해 65%에서 올해 76%로 늘어났다”고 했다. 다만 ‘빚투’에 대해선 우려를 표했다. 코스피·코스닥 신용거래 융자금액은 지난해보다 130%, 80% 늘었는데, “신용융자는 개인 매수대금에 대한 융자로 개인의 레버리지 투자 행태가 지속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이 실장의 설명이다.
주식, 가계 자산 증식으론 아직…비대면 서비스 개선점도
앞으로의 과제로는 집집마다 돈 불려주는 투자, 비대면 서비스 활성화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이 실장은 “임금이 올라갈수록 위험자산 투자 비중을 높이고, 은퇴 시기가 가까워질수록 채권 등 안전자산 투자 비중을 높이는 식의 일대일 맞춤형 저비용 서비스가 많아져야 한다”고 했다. 김정범 미래에셋대우 고객자산운용본부장은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인 발생이 아니다”면서 “좀 더 과감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화상 전화로 투자일임 계약을 맺을 수 있게 되었지만, 음성 전화로도 충분하지 않냐는 구체적인 예도 들었다. “영상통화는 상당히 내밀한 사적 수단이어서, 상당히 많은 고객이 이를 꺼려 영상통화 단계에서 계약 진행이 중단되는 사례가 많이 발생했다”는 게 김 본부장의 설명이다.
내년 증시에 대해선 낙관적 전망이 지배적이나, 조정에 대한 대비는 필요하다는 것으로 의견이 모였다. 이승우 한화자산운용 마케팅본부장은 “내년 시장은 올해처럼 비전문가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장환경은 아닐 수 있다”면서 “자산 가치가 이미 올라있어 위험에 대한 고려와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학균 센터장도 조정이 올 수 있을 것으로 봤으나 “과거에 조정이 오면 최소 50% 이상 급락이었는데 그 정도는 아닐 것”이라며 그 폭이 크진 않을 것으로 봤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