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만 보던 개미, 올해만은 저점서 샀다…"집단적 성공 경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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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협회와 한국거래소는 15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불스홀에서 공동 토론회를 열었다. 방청 없이 온라인으로 생중계했다. 한국거래소·금융투자협회 제공

금융투자협회와 한국거래소는 15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불스홀에서 공동 토론회를 열었다. 방청 없이 온라인으로 생중계했다. 한국거래소·금융투자협회 제공

사실상 경제 봉쇄조치인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 격상 우려 속에서도 코스피 고공행진은 계속되고 있다. 15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5.38포인트(0.19%) 내려 마감했으나 2756.82로 2700선을 거뜬히 유지했다.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는 이날 오후 ‘코스피 최고치 경신, 현재와 미래를 논하다’를 주제로 공동 온라인 토론회를 열었다.

‘10년 박스피’ 탈출에…거래소·금투협 공동 토론회 열어 

코스피는 수년간 큰 변화 없이 오르락내리락만 반복해 ‘박스피’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였다. 하지만 “3월 급락기 대비 코스피는 87% 이상, 코스닥은 110% 이상 올랐다”는 임재준 한국거래소 부이사장의 인사말대로 올해는 달랐다.

주제발표를 맡은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방역이 잘 됐고 삼성전자·현대차·네이버·카카오 같은 한국 대표기업들이 비즈니스를 잘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개인 투자자의 힘이 컸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개인투자가 매매까지 살핀 올해 실질 자금유입 규모는 84조원이 넘는다”면서 “과거 개인 돈이 가장 많이 들어왔던 때가 2005~2008년인데 당시 펀드 형태로 4년 동안 96조원이 들어왔던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상당히 큰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1215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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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가 끌어 올린 코스피 2700…“집단적 성공 경험 첫해” 

늘 고점에서 사서 저점에 팔던 개인투자자들이 올해는 달랐다. 김 센터장은 “1992년 주식시장 개방 후 거의 예외 없이 바닥에선 외국인이 사고, 개인은 오른 다음에야 사곤 했는데 올해엔 개인이 바닥에서부터 끌어올렸다”면서 “한국 사람들이 주식 투자에 대해 안 좋은 생각을 가졌던 건 고점에서 사서 손해 보고 팔아 나쁜 학습효과가 쌓였기 때문인데, 올해엔 집단적 성공의 경험으로 새로운 믿음을 갖는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다른 발표자인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도 개인투자자 얘기부터 했다. 그는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개인 비중이 지난해 65%에서 올해 76%로 늘어났다”고 했다. 다만 ‘빚투’에 대해선 우려를 표했다. 코스피·코스닥 신용거래 융자금액은 지난해보다 130%, 80% 늘었는데, “신용융자는 개인 매수대금에 대한 융자로 개인의 레버리지 투자 행태가 지속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이 실장의 설명이다.

한국거래소·금융투자협회 제공

한국거래소·금융투자협회 제공

주식, 가계 자산 증식으론 아직…비대면 서비스 개선점도 

앞으로의 과제로는 집집마다 돈 불려주는 투자, 비대면 서비스 활성화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이 실장은 “임금이 올라갈수록 위험자산 투자 비중을 높이고, 은퇴 시기가 가까워질수록 채권 등 안전자산 투자 비중을 높이는 식의 일대일 맞춤형 저비용 서비스가 많아져야 한다”고 했다. 김정범 미래에셋대우 고객자산운용본부장은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인 발생이 아니다”면서 “좀 더 과감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화상 전화로 투자일임 계약을 맺을 수 있게 되었지만, 음성 전화로도 충분하지 않냐는 구체적인 예도 들었다. “영상통화는 상당히 내밀한 사적 수단이어서, 상당히 많은 고객이 이를 꺼려 영상통화 단계에서 계약 진행이 중단되는 사례가 많이 발생했다”는 게 김 본부장의 설명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정부의 금융안정 노력과 K-방역에 힘입어 시장 참가자들이 한국경제 회복력을 높게 평가했다"고 말했다. 자료는 발표에 사용된 그래프.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정부의 금융안정 노력과 K-방역에 힘입어 시장 참가자들이 한국경제 회복력을 높게 평가했다"고 말했다. 자료는 발표에 사용된 그래프.

내년 증시에 대해선 낙관적 전망이 지배적이나, 조정에 대한 대비는 필요하다는 것으로 의견이 모였다. 이승우 한화자산운용 마케팅본부장은 “내년 시장은 올해처럼 비전문가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장환경은 아닐 수 있다”면서 “자산 가치가 이미 올라있어 위험에 대한 고려와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학균 센터장도 조정이 올 수 있을 것으로 봤으나 “과거에 조정이 오면 최소 50% 이상 급락이었는데 그 정도는 아닐 것”이라며 그 폭이 크진 않을 것으로 봤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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