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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에세이] 포도향 짙은 키안티 街道

중앙일보

입력

지금도 이탈리아 사람들은 이탈리아가 와인의 종주국이라고 믿고 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각국에 와인을 전파시킨 것이 바로 로마인들이기 때문이다.

투스카나(Tuscana)는 로마시대부터의 와인 양조 전통을 오랫동안 지켜오고 있는 대표적인 고장으로서 이탈리아 와인의 중심지다. 키안티(Chianti), 브르넬로 디 몬탈치노, 비노 노빌레 디 몬테풀치아노 등 DOCG(이탈리아의 와인등급상 최상급) 와인을 대거 만들어낸다.

특히 둥근 모양의 병 아랫부분이 밀짚에 싸여 있는 피아스코병에 담긴 키안티는 과실향이 풍부하고 맛이 경쾌해 우리나라에도 많이 알려져 있다. 가히 이탈리아의 대표 와인이라 할 수 있다.

투스카나의 고도(古都) 피렌체와 시에나 주변의 완만한 언덕에는 지금도 오래된 포도밭이 넓게 퍼져 있다. 우리 내외는 오랜 친구 부부와 함께 얼마 전 투스카나를 찾은 적이 있다.

먼저 시에나로 가는 도중에 탑(塔)의 마을로 유명한 상 지미냐노(San Gimignano)에 들렀다. 언덕 위 성벽으로 둘러싸인 이 작은 도시 안에는 중세 귀족들간 다툼의 흔적이라는 13개의 높은 탑들이 빽빽하게 솟아 있다. 언덕 주변에서 DOCG 화이트 와인인 베르나차 디 상지미냐노가 만들어진다.

우리의 목적지였던 중세의 고도 시에나 중심부엔 부채 모양의 칸포 광장이 있는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의 하나로 꼽힌다.

우리는 시에나 시청 뒤 레스토랑에서 고급 올리브 오일을 아낌없이 사용해 만들어진 쇠고기 요리를 먹었다. 식사와 곁들여진 브르넬로 디 몬탈치노와 조화를 잘 이루는 별미 요리였다. 잠시 시에나에 머문 후 일찌감치 피렌체로 돌아가는 길로 접어들었다.

일명 키안티 가도라고 불리는 길의 주변엔 포도밭과 올리브밭이 어울려 있는 완만한 언덕이 끝없이 이어졌다. 이 곳은 키안티 클라시코의 산지로 더 유명한데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핑크빛 지붕의 돌집들이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 같은 전원의 풍경을 연출했다.

피렌체를 20㎞쯤 남겨놓고 올리브 나무와 포도밭에 둘러싸인 언덕 위를 보면 고성(古城)이 하나 눈에 띈다. 5월의 노래라는 뜻의 비키오맛지오 성이다. 옛 롬바르디아 왕국의 성으로서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설계했다는 이 성은 지금은 키안티 클라시코의 양조장과 호텔로 활용되고 있다.

언덕 아래쪽 길가엔 검은 색 닭이 그려진 키안티 클라시코의 심벌이 세워져 있다. 이 심벌을 지나 조금만 더 가면 피렌체의 외곽과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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