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접종 작전’ 복병은 백신 불신?…“맞겠다”는 미국인 47%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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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들어간 미국이 내년 2월 말까지 1억 명에게 백신을 맞히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코로나19 확산에 맞서 속도전을 벌이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전례 없는 백신 접종 작전이 성공하려면 아직 수많은 허들을 넘어야 한다. 주별로 제각각인 접종 계획과 환경, 백신 수송·보관에 들어가는 예산 마련, 여기에 여전한 '백신 불신'도 극복해야 한다.

미국 정부는 13일(현지시간)부터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19 백신을 미국 전역으로 배송하기 시작해 이르면 14일부터 첫 접종을 시작할 계획이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정부는 13일(현지시간)부터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19 백신을 미국 전역으로 배송하기 시작해 이르면 14일부터 첫 접종을 시작할 계획이다. [로이터=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각 주에서는 백신 배분 순서와 할당량을 두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연방정부가 백신을 전달하면 개별 주가 백신 접종을 관할해야 하는 데 아직 세부적인 계획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주별로 백신 접종 방침이 제각각인 데다 기준도 명확하지 않아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의료진 먼저? 요양시설 먼저?… 주마다 혼선

가디언에 따르면 켄터키 주에서는 최초 백신 할당량의 3분의 2를 장기요양시설로 보낼 예정이다. 나머지 3분의 1은 11개 병원에 나누어 배분하기로 했는데, 병원 선정 기준을 두고 의료인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코로나19 중환자를 주로 치료하는 상당수 대형 병원들이 1차 대상에서 빠진 탓이다. 켄터키주 제2의 도시 렉싱턴에 위치한 세인트 조셉 병원이 대표적이다. 이 병원은 켄터키주 내 코로나19 중환자 상당수를 치료하는 대형 병원이다. 그만큼 의료진들의 백신 접종이 시급하다. 하지만 이 병원은 우선순위에 들지 못했다.

의료진은 주 정부가 명확한 기준을 밝히지 않는 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 병원 의사인 자드 하브 박사는 “의료진은 이미 많은 희생으로 두려움에 떨고 있는데 백신 접종 후순위로 밀리면서 사기마저 꺾인 상태”라면서 “주 정부는 우선순위 선정 기준이 뭔지 밝히고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진이 먼저냐, 요양시설이 먼저냐를 놓고도 각 주마다 논란이다. 뉴욕주는 장기 요양시설에서 인명 피해가 가장 컸다면서도 병원 의료진을 우선 접종자로 지정해 반발이 일었다. “주 정부의 백신 접종 계획이 수시로 바뀌는 것도 혼선의 원인"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미국에서 화이자 백신 수송 작전이 13일 시작됐다. 이날 오전 미시간주 캘러머주의 화이자 백신 공장에 특송 트럭들이 도착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에서 화이자 백신 수송 작전이 13일 시작됐다. 이날 오전 미시간주 캘러머주의 화이자 백신 공장에 특송 트럭들이 도착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가디언은 또 새 연방정부 예산안이 미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백신 수송과 저장을 위한 예산 부족으로 백신 접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화이자 백신은 영하 70도 이하 냉동 보관이 필수인데 주마다 화이자 백신을 안전하게 보관할 장소가 확보됐는지도 불투명하다고 했다.

깜깜이 백신 접종 계획, 백신 불신 강화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이 담긴 상자. 피자박스처럼 생긴 이 박스 하나엔 백신 195병이 담겼다. [AP=연합뉴스]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이 담긴 상자. 피자박스처럼 생긴 이 박스 하나엔 백신 195병이 담겼다. [AP=연합뉴스]

더 큰 문제는 백신에 대한 여전한 불신이다. 지난 9일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가 발표한 공동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맞겠다고 답변한 응답자는 47%로 절반에 못 미쳤다.

접종을 거부하겠다는 답변은 26%였는데, 그중 70%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들었다. 답변을 유보한 27%의 상당수도 “안전을 장담할 수 없어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답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브루스 리 뉴욕시립대 보건정책관리학 교수는“백신에 대한 신뢰감 형성은 보건 당국과 의료전문가 사이의 조율로만 될 일이 아니다”라며“일반 대중들에 백신 개발과 공급, 접종까지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해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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