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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텍사스로 간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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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박상현 ㈔코드 미디어 디렉터

박상현 ㈔코드 미디어 디렉터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그동안 살던 캘리포니아를 떠나 텍사스로 이주했다. 머스크는 지난 여름 캘리포니아의 지자체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테슬라 공장의 작업 재개를 허가하지 않자 분노해서 “앞으로도 이런 식이면 회사를 다른 곳으로 옮기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많은 고용을 창출하고 세금을 내는 기업이 떠나는 걸 두려워한 지방자치단체는 결국 작업 재개를 허용해줬다.

머스크는 캘리포니아주가 세계 최고 테크기업들을 배려하지 않는다고 비난했지만, 사실 머스크는 공장이나 회사를 옮긴 게 아니라 자신의 거처를 텍사스로 옮긴 것이다. 최근 테슬라 주가의 급상승으로 빌 게이츠를 제치고 세계 2위 갑부로 등극한 머스크는 캘리포니아주에 남아있을 경우 큰 소득세를 내야 하는 반면, 텍사스에 살면 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결국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주소지를 옮긴 것이다. 텍사스 주지사는 머스크의 이주를 환영하면서 그런 의도를 확인이라도 해주듯 “텍사스는 기업을 운영하기에 가장 좋은 주”라며 “캘리포니아는 소득세가 가장 높지만, 우리는 하나도 없다”고 자랑했다. 실리콘밸리의 또 다른 대기업 오라클은 아예 회사를 텍사스로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점점 더 많은 미국의 주들이 세금 감면과 약한 노동법을 미끼로 다른 주의 기업을 유혹하고 있다. 하지만 세제 혜택만이 경쟁력인 지역의 주민들은 극심한 빈부 격차를 경험하게 된다. 이런 유혹에 빠지지 않고 “세금 제대로 내지 않으면 떠나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캘리포니아나 뉴욕 같은 일부 지역뿐이다. 기업이 세금을 많이 내면서도 있고 싶을 만큼 큰 매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박상현 (사)코드 미디어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