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는 사스] 교민사회 '공포' 확산 … 귀국 서둘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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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의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공포가 날로 확산되고 있다. 세계 최대 인구를 지닌 중국이 '최다 환자 보유국'으로 등장하면서 수도 베이징(北京)에 초비상이 걸렸다.

중국.홍콩에 있는 한국 교민사회도 사스 강타에 휘청거리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6월에 사스 회의를 열기로 하고 의사.과학자들은 백신 개발에 땀을 쏟고 있으나 인류가 사스의 예방.진단.치료에서 얼마나 신속히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중국과 홍콩을 뒤덮고 있는 사스 공포가 한국 교민사회도 강타하고 있다. 1만5천여명의 교민이 모여 사는 중국 베이징(北京)의 왕징(望京)에서 한 중국인 거주자가 사스에 감염돼 사망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교민사회가 동요하고 있다. 홍콩에선 교민 밀집 거주지역에서 사스 발생이 늘어나고 있다.

중국=중국 정부가 사스의 심각한 현황을 발표한 다음날인 21일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 귀국편에 유학생 1천여명의 예약이 몰렸다. 대사관은 사스 관련 대응조치를 '요주의'에서 '가족 철수 직전'의 수준으로 한 단계 높였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초비상이다. 삼성은 연수.출장자들을 모두 귀국시켰다. LG는 사스 예방에 좋다는 한약을 대량 구입해 직원들에게 하루 한 차례 복용시키고 있다.

중국인들로 붐비던 한국음식점도 '사스 테러'에 휘청거리고 있다. 베이징에서 6년째 한국음식점을 운영해 온 한 교민은 "매출이 50% 이상 급감해 일부 종업원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베이징~인천 간 항공기를 기존 2백80석에서 3백80석 비행기로 바꿔 귀국 수요에 대비하고 있다. 베이징 한국 국제학교도 사정이 더 악화되면 휴교할 계획이다.

홍콩=지난 주말부터 사스 확산 기세가 한풀 꺾이고 있으나 한인들이 많이 사는 아파트 단지에서 감염자가 잇따라 생겨 나고 있다. 교민 1백여 가구가 밀집한 홍콩 섬의 타이쿠싱에선 지난 21일 주니퍼맨션(銀栢閣)에서 사스 환자가 발생해 매시간 휴지통.엘리베이터.현관 등을 소독하고 있다.

지난주엔 교민 20여 가구가 사는 홍콩대 근처의 포풀람 벨처스 아파트 단지에서 환자가 발생해 일부 교민들이 병원 진단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교민들은 일시 귀국한 자녀들의 홍콩 귀환과 등교도 미루고 있고, 한미은행 등 일부 금융기관.상사들은 직원 중에 사스 감염자가 생길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한미은행의 허해룡 지점장은 "사스 환자가 생겨도 차질이 없도록 11명의 직원을 절반으로 나눠 22일부터 일주일씩 교대근무를 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교민들의 식당.수퍼마켓.무역업체 등은 손님이 뚝 끊겨 매출이 평소의 30~40%선에 그치고 있다. 무역업체를 운영하는 J씨는 "한국 기업들이 중국.홍콩출장 계획을 무더기로 취소해 개점 휴업이나 마찬가지"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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