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 본격 확산 한달째… 중남미·아프리카서도 발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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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 폐렴과 증세가 비슷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이 본격 확산된 지 한 달만에 전 세계의 30여개 국가를 휩쓸고 있다.

지금까지 3천2백80여명이 감염돼 그 중 1백30명이 숨졌으나 마땅한 치료법은커녕 감염 경로조차 논란이 분분하다.

홍콩 정부가 지난달 14일 사스 감염 실태와 관련해 "감염자 29명, 사망자 2명"이라고 발표했을 당시만 해도 사스는 중국 광둥(廣東)지역과 홍콩.베트남 등 일부 지역의 새로운 전염병에 불과하다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세계화 시대를 맞아 항공기 관광객이 많아지면서 사스 바이러스는 중남미.아프리카까지 퍼져나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3일 "사스는 21세기 들어 첫번째로 나타난 심각한 전염병"이라고 규정했다. 사스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이미 3백억달러(약 37조5천억원)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사스는 지난 주말에도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중국의 북부지역인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에선 처음으로 10명이 감염돼 그 중 2명이 숨졌다. 새로운 감염자가 하루 30명 안팎으로 줄었던 홍콩에서도 지난 11일부터 이틀간 1백50명이 사스에 걸려 긴장감을 더해주고 있다.

홍콩 정부는 '사스 수출국'이란 오명을 씻기 위해 공항 출국시 모든 여행객들에게 체온을 의무적으로 체크하도록 하는 한편 중국과의 왕래가 많은 뤄후(羅湖) 지역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체온 측정▶적외선 살균조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중국.동남아시아를 빼곤 감염자가 가장 많은 캐나다에선 지난 12일 다시 3명이 숨졌다. 감염자가 2백74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대표적인 인구 밀집지역인 온타리오 주(州)에서 사스 환자가 처음 발생했다.

그런 가운데 태국.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은 사스 감염지역에서 오는 여행객들에 대해 ▶무비자 입국 잠정 중단▶사스 감염여부 진단 강화 등 방역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한편 WHO와 각국 의료 전문가들이 사스 치료법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캐나다 밴쿠버에서 사스 진단법과 백신 개발을 위한 전 단계로 사스 바이러스의 유전자 코드를 해독하는 데 성공했다고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의 마이클 스미스 유전자과학센터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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