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시가 10일 에스디바이오센서㈜로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속 항원검사 키트’ 1만 회분을 기증받았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수원시 관내 기업체로 현재 국내에서 정식허가된 신속 항원검사 키트를 생산 중인 유일한 곳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검사결과를 즉각 확인할 수 있는 신속 항원검사 활용도 적극적으로 추진하라”고 지시한 지 사흘만이다.
수원시, 신속 항원키트 3500개 보급
수원시는 요양병원 노인·종사자와 선별진료소 근무자 등 7700여명(160곳)을 검사할 계획이다. 벌써 3500여개를 나눠줬다.
앞서 지난 8일 조청식 수원시 재난안전대책본부 차장(제1부시장)은 브리핑에서 “무증상 확진자를 통한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 최초로 신속 항원검사를 도입할 계획”이라며 “방역 취약시설을 중심으로 우선 보급할 계획이다. 점차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PCR 진단검사 대체수단?
문재인 대통령과 조 부시장 발언을 놓고 보면, 무증상 환자를 가리려 신속 항원검사를 도입하려는 취지로 읽힌다. 신속 항원검사는 15~30분이면 코로나19 양성·음성 판정이 가능하다. 현재 선별진료소에서 통용 중인 유전자검사(일명 PCR검사)는 3~6시간 걸린다. 시간을 확 줄일 수 있다.
이에 일부 시민들은 벌써 신속 항원검사를 PCR검사의 대체수단으로 이해하고 있다.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원하는 검사를 골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신속 항원검사는 PCR의 보조수단이다. 더욱이 무증상자에게는 적절한 진단검사 방법이 아니라는 게 의료계 중론이다.
항원검사, 의심증상 있을 때 해야
실제 질병관리청의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 대응·조치 안내’ 매뉴얼에 따르면 유의사항으로 “호흡기 증상이 있는 자를 대상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PCR검사 대비 민감도·특이도가 낮기 때문이다. 민감도는 감염자 중 양성을, 특이도는 비감염자 가운데 음성을 각각 구분하는 정도를 말한다.
예를들어 민감도가 90%이면 10명 감염자 중 한 명을 음성으로 판정한 것이다. PCR의 민감도·특이도는 98% 수준이다. 신속 항원검사는 이보다 떨어진다. 신속 항원검사에서 양성이 나와도 PCR 검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 코로나19의 확진 여부를 최종적으로 가리기 위해서다.
무증상 환자는 정확도 떨어져
그나마 이것도 유증상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결과다. 체내 바이러스양이 적은 무증상 환자의 경우 ‘가짜 음성’이 나올 수 있다. 김자영 가톨릭관동의대 국제성모병원 교수는 “증상발현 전에는 민감도가 매우 낮다”고 말했다.
더욱이 무증상 환자의 경우 신속 항원검사의 민감도·특이도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알 수도 없다. 관련된 임상평가를 진행하지 않아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첨단제품허가담당관은 “(에스디바이오센서 제품은)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난 이후의 환자 검체로 임상평가가 실시됐다”며 “무증상자에 대한 (임상)평가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데이터’가 없다는 의미다.
방역당국 "항원검사는 보조수단"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신속 항원검사는 보조적인 검사수단”이라며 “코로나19 임상증상과 부합하거나 역학적 연관성이 있는 경우는 일단 PCR 검사를 받는 게 더 안전하고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수원시 측은 ‘무증상 확진자’를 다르게 해석했다고 밝혔다. 수원시 관계자는 “예를 들어 요양시설 내 노인들이 그냥 가볍게 기침할 때 코로나19에 걸렸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데 이때 (신속 항원진단 키트로) 검사를 해보겠다는 취지였다”며 “물론 질병청 지침에 따라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수원=김민욱·채혜선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