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 잠복기에도 전염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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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을 공포에 떨게 하는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은 잠복기에도 감염되는가.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대부분의 전문가는 극히 희박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 보건당국도 WHO의 의견을 존중하면서도 아직 사스의 원인 바이러스가 규명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 잠복기 전염 가능성에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 지는 8일자 홍콩 발 기사에서 "고열 등 사스의 주요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상태에서도 감염시킬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베트남 하노이 남부 닌빈지역에 67세 노인 일가족 네명이 사위에게서 집단 감염된 사례를 그 근거로 제시했다. 이 신문은 WHO의 피터 코딩글리 대변인이 "베트남의 사례는 매우 우려되는 것이다. 하나의 사례로 그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지난 6일 홍콩의 코윙만(高永文) 의원관리국 행정총재 서리는 "최근 유나이티드(聯合)병원 의료진 집단 감염을 유발한 환자는 잠복기였다"며 잠복기 감염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하지만 국내 전문가들은 이 가능성을 부인한다. 국립보건원 김문식 원장은 "기침할 때 입에서 나오는 침방울인 비말(飛沫)을 통해 병균이 배출되며 기침은 사스 환자의 주요 증상의 하나이기 때문에 발병하지 않은 상태에서 병균이 옮길 방법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WHO도 지난 4일 사스 가이드라인에서 잠복기간에는 감염되지 않는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인천공항 검역소 이종구 소장은 "미국 질병관리센터(CDC)도 사스 초기에 이 같은 입장을 밝힌 바 있으며 지금도 달라진 게 없는 줄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립보건원은 잠복기 전염 가능성을 1백% 부인하지는 않고 있다. 사스의 감염원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발병 전후에 얼마나 전염력이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고려대 의대 박승철 교수는 "사스 잠복기인 건강한 사람이 몸 속에서 바이러스와 한창 싸울 때는 바이러스가 증가한다"면서 "이때 바이러스가 소량 배출되기도 하지만 감염력은 그리 강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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