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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반복되는 필리버스터.오만해지는 권력

중앙일보

입력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김남국 민주당 의원(가운데)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 회의실로 향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법안에 반대하면서 막아 서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남국 민주당 의원(가운데)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 회의실로 향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법안에 반대하면서 막아 서고 있다. 오종택 기자

최후수단이어야할 필리버스터가 또 반복되는 정기국회 #같은편 정의당까지 속이는 민주당..권력은 오만해져간다

1.
올해도 정기국회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마감됩니다.

국민의힘은 9일 공수처법 등의 본회의 통과를 막기위해 필리버스터를 시작했습니다.
작년엔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이 선거법에 반대해 1차 필리버스터를, 이어 공수처법에 반대해 2차 필리버스터를 했습니다.
텅빈 의사당만큼 공허한 짓입니다만..

2.
지난 연말 두 법은 모두 통과됐습니다. 예상대로 정치판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당시 통과된 선거법에 따라 민주당은 지난 4월 총선에서 180석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당시 통과된 공수처법에 따라 공수처장을 임명하는 과정이 올 하반기 정국의 핫이슈였습니다.

이번에 통과되는 법들도 내년부터 우리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특히 내년에 공수처가 출범하면 전례없는 정치 풍파를 일으킬 겁니다.

3.
올해 달라진 것은 민주당의 적이 많아졌다는 점입니다.

민주당 편이었던 정의당이 ‘뒤통수 맞았다’며 돌아섰습니다. 공정거래법 개정 과정에서 민주당이 정의당을 속인 것입니다.

정무위원회가 8일 안건조정위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정의당 의원의 찬성표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정의당이 주장해온 ‘공정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없애는 내용’을 포함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약속했던 내용을 없애버린 개정안을 처리했습니다. ‘전속고발권을 없애면 검찰 권한이 커진다’면서..

4.
정의당은 민주당 의원의 갑질도 문제삼고 있습니다.

갑질의 주인공은 ‘공수처법 통과의 주역’김남국 의원입니다.
김남국은 지난 4월 총선 당시 ‘여성비하 팟캐스트’에 고정출연해 정의당에서 문제삼았던 전력이 있습니다.

그런 김남국이 지난 7일 낙태죄 공청회에서 낙태죄 폐지에 대해 ‘남성 주류도 동의할까’라는 식의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여성들 입장에서 낙태문제는 ‘여성의 자기결정 기본권이자 생명권’입니다. 남성의 이견을 부각하려는 김남국의 속내만 봐도 황당할 수밖에 없죠.

5.
정의당 젊은 여성 대변인이 김남국의 발언에 대해 ‘여성의 삶을 짓밟는 망언’이라 비판하는 논평을 냈습니다.

그러자 김남국이 전화를 걸어와 ‘(당이 시정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낙태죄 폐지 등 정의당이 하는 건 도와주지 않을 것’이라며 항의했습니다.

이번엔 정의당 수석대변인이 나서 ‘법안을 인질 삼아 정의당에 갑질협박했다’며 사과와 징계를 요구했습니다.

김남국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습니다. ‘질문의도를 왜곡했다. (정의당이) 조선일보와 뭐가 다르냐’고..

6.
아마도 친문강경파 김남국은 초선이지만 법안처리 여부도 좌우하나 봅니다.
그리고 그 머리 속에선 ‘조선일보’가 왜곡의 상징이자 최악의 욕설인가 봅니다.
여전히 정의당은 그저 만만한 예하부대로 보이나 봅니다.
과연 김남국만 그럴까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