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오병상의 코멘터리

공수처 충격..지리멸렬 국민의힘

중앙일보

입력 2020.12.10 20:36

업데이트 2020.12.11 12:01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 폭정종식을 위한 정당·시민사회단체 대표자 연석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 폭정종식을 위한 정당·시민사회단체 대표자 연석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공수처법 통과된 날..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극우행보
국민의힘, 60년대 운동권 주도하는 태극기로 '시대역행' 안돼

1.

공수처법 개정안이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이후 정치권 반응은 각양각색입니다.

민주당은 당연히 환호작약.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정세균 총리의 SNS 글입니다.

‘노무현 대통령님의 숙원이던 공수처법을 (2005년) 통과시키지 못한 죄책감은 노무현 대통령님의 서거 후 평생 아물 수 없는 상처로 남았다.’

2005년 노무현 대통령 당시 정세균은 원내대표로 공수처법을 추진했으나 야당 반대로 무산됐었죠.

2.

정세균의 글이 주목되는 것은 노무현의 소환 때문입니다.

이번 공수처법은 노무현이 희망했던 것보다 더 강한 버전입니다.
당시 공수처를 만드는데 실패했기 때문에, 즉 검찰개혁에 실패했기 때문에 ‘노무현이 서거했다’는 인식이 깔려 있습니다.

차기 대권을 꿈꾸는 정세균이 친노ㆍ친문 세력의 심금을 울리자는 의도를 가지고 쓴 글로 보입니다. 10일 친문들은 분명 ‘바보 노무현’을 떠올렸을 겁니다.
‘노무현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말자’던 오랜 맹서가 완결된 날입니다.

3.

신선했던 서프라이즈는 정의당 장혜영 의원의 ‘기권’입니다.

유일하게 기권한 장혜영은 SNS글에서 ‘민주주의를 위한 검찰개혁은 가장 민주적인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썼습니다.
공수처법 개정이 민주적이지 못한 방식으로 이뤄지기에 ‘찬성하라는 당론을 어기면서 기권했다’는 설명입니다.
더 멋있는 말도 했더군요.
‘최초의 준법자는 입법자인 국회여야 한다.’

4.

반면 국민의힘은 충격이 컸는지 지리멸렬 중구난방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우려되는 것은 극우화입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태극기 세력들이 중심이 된 ‘문재인정권 폭정종식을 위한 정당시민사회단체대표자 연석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이들과 함께 ‘폭정종식 민주쟁취 비상시국연대’를 출범시키고 공동대표가 됐습니다.
이재오, 김문수, 장기표 등등 50년전 운동권들이 모였습니다. 당시에 박정희에 반대했던 운동권들입니다.

5.

정치집단의 세대의식은 중요합니다.

공수처법을 통과시킨 민주당 핵심 586들은 1980년대 운동권입니다. 대개 운동권들의 문제는 운동이 끝나고 나면 성장도 그 시점에서 멈춘다는 점입니다.

정의당 장혜영은, 586의 운동이 6ㆍ29 민주화선언으로 일단락된 1987년에 태어났습니다.
장혜영이 연세대를 중퇴하면서 ‘이별선언문’이란 대자보를 붙인 것이 2011년입니다. 영화를 만들어 장애인 인권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정치판에 뛰어든 것은 불과 14개월 됐습니다.

20세기 운동권과 다릅니다.

국민의힘이 찾아간 태극기 리더들은 1970년대 운동권들입니다. 그 시절처럼 광화문에서 외치고 있습니다.

6.

다행히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생각이 젊은 편입니다.

김종인은 1940년생으로 독일로 유학, 68혁명이라는 진보 태풍을 맞았습니다. 평생 독일을 좌표로 삼아서인지 늙어도 진보적입니다.

김종인은 주호영이 참가한 극우 장외 움직임에 대해 ‘과거처럼 투쟁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7.

국민의힘은 늙은 정치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지난 6월 국회 원구성 당시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 자리를 주지 않으면 모든 상임위원장 자리를 거부하겠다’는 배수의 진을 쳤습니다. 설마했겠죠.

그런데 진짜로 민주당은 18개 위원장 자리를 독식했습니다.
그 결과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주당의 밀어붙이기는 거칠 것이 없었습니다.

아무리 ‘공수처 충격’을 받았기로서니 제1 야당이 60년전으로 돌아가면 안됩니다.
장혜영처럼 21세기 정치를 해야합니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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