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오병상의 코멘터리

폭주하는 여당보다 무력한 야당이 밉다

중앙일보

입력 2020.12.08 20:53

업데이트 2020.12.09 14:02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8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키려하자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독재로 흥한 자 독재로 망한다" 구호를 외치며 항의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8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키려하자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독재로 흥한 자 독재로 망한다" 구호를 외치며 항의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정기국회 마감 앞두고 국회 법사위에서 공수처법 강행처리
'정권심판'여론 높지만..국민의힘은 대안정당 면모 못보여

1.

정기국회 마감 하루전인 8일 법사위원회는 온종일 난장판이었습니다.
현시점 정치갈등의 정점을 찍은 날이자 정치판의 생얼굴을 가장 잘 보여준 현장이었습니다.

오전엔 공수처법 개정안이 처리됐습니다.
야당에서 요구한 안전조정위원회가 열리자마자 개정안이 통과되었습니다.
여당(민주당 3명)과 여당보다 더한 여당(열린민주당 1명)이 합하면 3분의2가 넘습니다. 국민의힘 2명이 버틸 수가 없습니다.

2.

이어서 법사위 전체회의가 하이라이트. 언론에 공개된 현장은 아수라장이었습니다.

민주당 윤호중 위원장을 둘러싸고 야당 주호영 원내대표 등이 총동원돼 소리를 지르며 진행을 막았습니다.
윤호중은‘토론중단’을 선언하고 기립투표로 가결을 선포했습니다. 주호영은 ‘권력 잡으니까 보이는게 없냐’고 항의했지만 이미 끝났습니다. 과거처럼 몸으로 막을 수 없었습니다.

3.

오후 상법 개정안 처리과정도 비슷했습니다.

야당의원들이 ‘독재로 흥한 자 독재로 망한다’고 적힌 종이를 들고 위원장 뒤쪽에 모여 구호를 외쳤습니다.
윤호중은 두가지를 지적했습니다.

첫째 야당의 행위는 ‘국회선진화법 위반’이라는 점. 즉 이런식으로 계속하면 경위를 불러 무력으로 막겠다는 위협입니다.

둘째 ‘평생 독재의 꿀을 빨더니 이제 와서, (민주당을) 독재로 몰아가나’고 반박합니다.
크게 보자면 국민의힘이 과거 전두환의 민정당에 뿌리를 둔 보수정당이란 주장이고, 좁게 보자면 전두환 시절 법무관을 지낸 주호영 원내대표를 겨냥한 발언일 수도 있습니다.

4.

윤호중의 위협성 발언에 국민의힘은 별 할 말이 없습니다.

첫째, 선진화법은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이 2012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4월 이 법을 어겼다가 무더기로 기소당한 아픔이 있습니다.

둘째, ‘독재의 꿀’ 발언은 좀 복잡한 사안입니다만..역시 반박하기 쉽지 않습니다.
특히 전두환 시절 운동권이었던 윤호중의 확신을 꺽기는 불가능합니다.

5.

민주당 의원들은 이런 개인적 소신에다, ‘내년 서울시장선거와 내후년 대선승리를 위해 도움이 된다’는 계산까지 마친 상태에서 쎄게 밀어붙인 겁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대국민호소 성명’뿐입니다.
국민의힘은 성명을 내고 ‘일방적인 다수의 횡포는 반드시 국민의 심판을 받는다’고 강조했습니다.
국민에게 심판해달라는 읍소입니다.

6.

그럼 국민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8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12월5,6일. 서울지역 805명 상대)에 나와있습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해 ‘정권심판하기위해 야당에 힘 실어주어야’란 여론이 50.6%이고, 반대로 ‘국정운영위해 여당에 힘 실어야’란 답은 38.7%입니다.

그런데 정당지지도는 여전히 민주당(34.4%)이 국민의힘(32.1%)보다 높습니다.
가장 많이 지지한 후보는 박영선(19.9%)입니다. 2등이 국민의힘 나경원(15.5%).

7.

국민은 정권을 심판하고 싶은데, 찍고싶은 야당후보가 없다는 말입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할 당시 국민의힘이 패배한 이유 중..가장 대표적인 것이 5ㆍ18과 세월호 등 민감이슈 관련 극우발언이었습니다. 탄핵당한 박근혜의 폐족으로 보였습니다.

국민의힘은 최근 문재인 정부의 실책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지지율이 올라가자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듯합니다.
국민의힘은 정권을 심판하려는 국민의 선택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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