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중립'한다더니 결국 증세로…홍남기 "탄소세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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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탄소세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기재부ㆍ산업통상자원부ㆍ환경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2050 탄소 중립 추진 전략’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탄소세 도입 여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정부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정부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탄소세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화석연료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탄소세가 새로 생기면 석유나 가스 등 화석연료의 소비자 가격이 인상될 수 있다.

정부가 탄소세라는 증세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은 한국 경제를 '탄소 제로(0)'로 정립하는 과정에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날 공개한 추진 전략에 따르면 정부는 에너지 공급의 중심축을 화석연료에서 신재생에너지로 바꾸게 된다. 2016년 파리협정과 2019년 유엔(UN) 기후정상회의에서 한국을 포함한 121개국이 합의한 대로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줄여나가기 위한 조치다.

'탄소 제로' 전략은 화석연료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국내 제조 산업에도 부담이다. 지난해 기준 탄소 배출량이 많은 제조 산업의 비중이 한국(28.4%)의 경우 유럽(16.4%)과 미국(11%)에 비해 높다. 석탄 발전 비중도 40.4%(2019년)에 이른다. 전기차 보급률도 미국ㆍ유럽 선진국보다 낮다. 때문에 탄소세 신설 등 세제가 개편되면 기업과 국민이 져야 할 부담은 많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세금뿐만 아니라 탄소 배출량이 많은 기업이나 산업에 부담금을 더 물리는 방향의 개편도 정부는 추진한다.

홍 부총리는 “탄소세는 기후 변화 대응뿐만 아니라 소득 분배와 물가, 산업 경쟁력 등 여러 가지 미치는 영향이 다각적”이라며 “큰 틀에서 관련 세제와 부담금 체계 전반을 검토하겠다는 방향을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지금 단계에서 탄소세의 도입 여부나 경유세의 인상 여부 등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가 '2050 탄소중립 추진 전략'을 발표한 7일 석유화학 업체가 밀집해 있는 전남 여수시 여수국가산업단지에서 하얀 수증기가 올라오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050 탄소중립 추진 전략'을 발표한 7일 석유화학 업체가 밀집해 있는 전남 여수시 여수국가산업단지에서 하얀 수증기가 올라오고 있다. 연합뉴스

탄소 중립 정책을 위한 기금과 기구도 만든다. 가칭 ‘기후대응기금’을 조성하고 대통령 직속으로 민관 합동 기구인 가칭 ‘2050 탄소중립위원회’도 설치한다.

새로 만들어질 가칭 ‘기후대응기금’에 대해 홍 부총리는 “(기금의) 수입 재원은 친환경적인 에너지세 개편을 통해서 조성될 것”이라 설명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기존에) 에너지 환경세 등이 있는 만큼 중복성 등을 기재부에서 충분하게 검토한 뒤 탄소 관련 시그널 세제를 별도로 강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기요금 개편도 예고됐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유연하고 합리적인 전기요금 체계를 통해 전력 소비를 더욱 효율화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탄소 중립 추진 전략의 하나로 전국 2000만 세대에 전기차 충전기를 보급한다. 수소 충전소 수도 현재 LPG 충전소(전국 2000여 개) 수준으로 늘린다. 재생에너지와 수소, 에너지 정보기술(IT)을 3대 에너지 신산업으로 지정하고 투자를 집중한다.

그린 수소 비중은 2050년까지 80%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산업 공정에서 발생하는 그레이 수소가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깨끗한(그린) 수소로 80%를 충당하겠다는 의미다. 이 밖에 정부는 이차전지, 저전력 반도체, 바이오, 그린 수소, 그린 서비스, 이산화탄소 포집ㆍ활용ㆍ저장 기술(CCUS) 등 유망 산업에 대한 투자도 확대한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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