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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강강술래를 주얼리 작품으로 탄생시킨 명장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민은미의 내가 몰랐던 주얼리(60)

강강술래는 설·대보름·단오·추석 등 한국의 대표적인 명절에 여러 명의 여성이 둥글게 돌면서 춤추며 노래하는 민속놀이다. 손을 잡고 천천히 걷다가, 빠른 장단으로 바뀌면 가볍게 뛰기도 하고, 여럿이 원을 그리며 여러 가지 놀이를 하기도 한다. 추석에 하는 것이 가장 규모가 커 주로 추석에 널리 이루어지는 행사로 발전하게 됐다.

이 강강술래가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고, 1988년 서울올림픽대회에서 공연까지 한 사실을 기억하는 이가 얼마나 될까. 자랑스러운 우리의 세계무형문화유산인 강강술래를 주얼리로 연상해 봤다. 강강술래는 주얼리로 과연 어떤 모습일까? 단순한 공상만은 아니다. 강강술래를 비롯하여 우리의 얼이 깃든 다양한 소재를 주얼리 작품으로 탄생시키는 장인이 있다. 올해 보석 및 귀금속 분야 대한민국 명장으로 선정된 최옥남 주얼리 윤슬 대표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지난 8월 28일 최옥남 대표를 포함해 총 13명을 대한민국 최고 숙련기술인인 ‘명장’으로 선정해 발표했다. 명장에 선정되면 문재인 대통령 명의의 증서와 휘장, 명패가 수여된다. 지금까지 선정된 귀금속관련분야 명장은 1988년부터 2013년까지 25년간 단 15명에 불과했다. 이후 7년 만에 최 대표가 명장 반열에 오른 것이다. 주얼리업계 전체가 박수를 보낸 반가운 소식이었다. 1985년 귀금속업에 첫발을 들인 35년 명장의 발자취를 더듬어본다.

강의 축제

강의 축제 (최옥남 作). [사진 주얼리 윤슬]

강의 축제 (최옥남 作). [사진 주얼리 윤슬]

최옥남 명장은 강강술래를 모티브로 ‘강의 축제’라는 제목의 목걸이, 귀걸이, 반지를 선보였다. 여러 개의 원이 하나를 이룬 목걸이는 마치 여러 명이 원을 돌며 춤추는 듯한 느낌을 준다. 다이아몬드, 블루 다이아몬드로 크고 작은 원을 장식하고 그 중심에 핑크 투어말린을 세팅해 강강술래를 뛰던 축제의 분위기를 살렸다. 유색 보석과 귀금속을 다채롭게 활용해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를 아름답게 표현했으며, 목걸이는 분리해 팔찌로도 착용할 수 있도록 실용적으로 디자인했다.

발레리나

발레리나 (최옥남 作). [사진 주얼리 윤슬]

발레리나 (최옥남 作). [사진 주얼리 윤슬]

최 명장은 우아하게 춤을 추는 발레리나의 모습을 생동감 있게 표현한 적도 있다. 다채로운 색상의 사파이어를 세팅해 화려하게 조화를 이루도록 만들었다. 마치 발레리나가 두 팔을 공중으로 올린 채 발끝을 치켜들고 움직이며 춤추는 듯하다. 한편으로 파스텔 톤의 사파이어는 마치 맑은 수채화 한 폭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스톤과 스톤을 둘러싸고 있는 금속의 높낮이를 달리해 생동감을 배가시켰다.

윤슬

윤슬 (최옥남 作). [사진 주얼리 윤슬]

윤슬 (최옥남 作). [사진 주얼리 윤슬]

윤슬은 햇빛이나 달빛에 비쳐 반짝이는 잔물결을 의미하는 순우리말이다. 윤슬은 최옥남 명장에게는 정체성과도 같은 단어다. 그가 운영하는 주얼리 공방의 이름도 윤슬이다. 작품 윤슬은 고향의 봄 바다를 추억하며 햇빛과 달빛에 반짝이는 잔물결을 표현한 것이다. 구불거리는 곡선의 금속에서 역동성이 느껴지고, 동시에 달빛을 받은 강의 물결 속에서는 잔잔하면서도 은은한 반짝임이 느껴진다. 고요함 속에서도 잔잔한 물결의 움직임을 나타내기 위해 은을 두드림으로 사용해 형상화했다.

나비의 꿈

나비의 꿈 (최옥남 作): 주얼리 윤슬

나비의 꿈 (최옥남 作): 주얼리 윤슬

훨훨 유유히 날아다니는 나비로 자유를 표현한 브로치 작품이다. 청명하고 화사한 어느 날, 해와 달의 밝은 빛이 잔잔한 호수의 잔물결에 비치며 보석처럼 맑게 반짝이는 윤슬을 만들어낸다. 이런 자연이 주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시공에서 평화를 꿈꾸며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나비를 맑은 분홍색의 유색 보석과 금속의 광택으로 표현했다.

여명

여명 (최옥남 作). [사진 주얼리 윤슬]

여명 (최옥남 作). [사진 주얼리 윤슬]

새벽이 밝아 올 즈음 어두움이 붉게 물든 지평선이나 수평선에는 여명이 펼쳐진다. 최 명장은 신비로 뒤덮인 여명을 표현하고자 했다. 지평선과 수평선은 은과 동, 두 종류의 금속판을 겹으로 쌓아 올려 나타냈다. 이를 위해 높은 압력과 온도를 주어 두 금속을 접합시키고, 망치를 두드리거나 롤러로 밀어 나뭇결과 같은 무늬를 만드는 목금기법을 사용했다. 은과 동의 색 차이로 인해 자연의 신비를 닮은 독특한 질감을 완성시킬 수 있었다. 동이 틀 무렵 희미하게 밝아 오는 빛은 투명한 호박인 금파를 세팅해 신비로움을 더했다.

‘강의 세계’, ‘윤슬’, ‘나비의 꿈’ 등의 작품을 통해 독보적인 주얼리의 세계를 보여준 최옥남 대표는 “대한민국 명장에 선정된 것에 감사드리며, 국내외 주얼리 제조 산업의 경쟁력 있는 발전에 힘쓰고, 숙련된 기능인이 자기개발, 디자인, 제품개발, 후진양성 등에 있어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명장의 손길로 탄생하게 될 다음 주얼리 작품이 벌써 기다려진다.

주얼리 마켓 리서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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