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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에도 전자칩 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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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불고기감을 사기 위해 백화점 매장을 찾은 주부 김성미(33.서울 도화동)씨는 깜짝 놀랐다. 그가 산 소고기에 관한 상세 정보가 계산대 옆에 있는 모니터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는 그 자리에서 소의 성별, 제조원, 원산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고기를 담은 포장 용기엔 이 정보를 담은 스티커가 부착됐다.

스티커엔 인터넷사이트와 음성자동응답시스템(ARS) 전화번호도 있었다. 소고기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싶으면 인터넷에 접속하거나 전화하라는 의미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구입한 소고기가 어떤 병을 앓았는지, 부모소가 누구인지는 물론 DNA정보까지 알 수 있다.

김씨는 "지금까지 소고기를 살 때마다 진짜 국내산이 맞는 건지, 이만한 돈을 지불할 가치가 있는걸까 하는 의문이 생겼는데 이번 기회에 말끔히 해소됐다"며 "다른 먹거리에도 이런 제도가 도입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1일부터 식품매장 '우리얼 한우'코너에 이 시스템을 도입했다. 지난 7월 열흘 동안 시범적으로 실시했던 '우리얼 한우' 판매 행사에 대한 소비자의 호응이 높았기 때문이다. 우리얼 한우는 일반 소고기 가격보다 5% 가량 비싸지만 믿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주부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다.

정보기술(IT)이 유통 고급화에 한몫한 셈이다. 이력정보를 지닌 우리얼 한우가 등장한 데는 칩제조 전문업체인 ㈜스피드칩이 개발한 한우이력정보시스템의 역할이 컸다. 이 시스템은 전자태그라고 불리는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칩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바코드의 경우 정보를 읽기만 하고 추가할 수는 없지만 이 칩에는 새로운 정보를 추가로 입력할 수 있다. 우리얼 한우에 적용된 방식은 이렇다. 스피드칩은 한 농장과 제휴해 송아지 탄생 직후 귀에 작은 칩(전자태그)을 매달았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번씩 그 칩에 해당 소의 성장 과정을 모두 입력했다.

또 도축장에서 매장에 도착할 때까지의 과정도 담아 컴퓨터를 이용해 한우의 모든 정보를 알아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스피드칩은 롯데백화점에 이어 오는 13일 경기도 일산에 이력정보를 가진 한우와 햄.소시지 등을 판매하는 육가공품 전문점 '미더울'을 개장한다. 이 회사는 농산물에도 이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첫번째 대상은 쌀이다. 어떤 곳에서 재배됐는지, 농약은 얼마나 쳤는지, 어느 곳에서 도정을 거쳤는지도 알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스피드칩 백민호 사장은 "국내에서 '○○쌀'이라고 판매되는 상품들의 상당부분이 다른 지역에서 재배된 것"이라며 "이 기술이 적용되면 그런 일이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백사장은 "앞으로는 쌀뿐 아니라 고구마.감자 등 다른 먹거리에도 이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기술은 앞으로 백화점이나 할인점에서 폭넓게 사용될 전망이다. 초소형 칩을 과자의 포장지, 옷의 섬유, 플라스틱 그릇의 표면 등에 부착해 판매하면 어떤 제품이 어떤 소비자들에게 판매됐는지 실시간으로 알 수 있어 매장관리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쇼핑 카트에 제품을 넣고 감지기를 통과하면 저절로 계산이 되므로 계산대에 길게 늘어선 줄도 필요없게 된다.

삼성테스코 관계자는 "현재는 비싼 칩가격 때문에 도입이 쉽지 않지만 칩가격이 30~40원으로 낮아지면 사용이 보편화될 것"이라며 "이 기술이 바코드를 대체할 경우 소비자들의 할인점이나 백화점 이용이 더욱 편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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