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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유정준 부회장 승진…SK, ICT·에너지 더 키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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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SK그룹이 3일 단행한 2021년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의 키워드는 ‘안정 속 쇄신’이다. 주력 계열사의 최고 경영자(CEO)를 유임시키는 동시에, 젊은 임원들을 대거 발탁했다. SK그룹은 이날 오전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열고, 각 관계사 이사회를 통해 결정된 임원인사와 조직개편 사항을 최종 협의했다. 이 날은 최태원 SK 회장의 만 60번째 생일이도 했다.

SK그룹 임원 인사, 103명 승진 #박정호 SKT 사장, 하이닉스에 중용 #SKT 중간지주회사로 전환 가속도 #46세 추형욱, E&S 사장 파격 발탁

SK그룹 2021 임원인사

SK그룹 2021 임원인사

그룹 주력 분야이자 미래 먹거리인 정보통신기술(ICT)과 에너지 분야에서 각각 한 명씩의 부회장 승진자를 냈다. 박정호(57) SK텔레콤 사장이 SK하이닉스 부회장직을 겸직하게 됐다. 최태원 회장의 비서실장 출신인 박 부회장은 SK그룹이 하이닉스 등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추진할 때 주도적 역할을 했다.

박 부회장의 중용은 SK텔레콤의 중간지주회사 전환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박 부회장이 그간 해온 M&A, 기업 간 합종연횡 등 공격적인 경영 성과를 그룹 내 ICT 계열을 따로 묶어내는 중간지주회사 완성으로 마무리 짓겠다는 그림이다. 현재 지배구조는 SK㈜-SK텔레콤-SK하이닉스로 이어진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사의 손자회사가 M&A 나서려면 피인수 기업지분을 100% 확보해야만 한다. 사실상 M&A를 가로막는 규제로, 손자회사 위치인 SK하이닉스는 몸집을 키울 수 없었다. SK텔레콤을 중간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 SK하이닉스의 지위가 자회사로 바뀐다. 그간 그룹 차원의 공격적인 투자·M&A를 가로막았던 족쇄가 풀리는 셈이다.

유정준(58) SK E&S 사장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유 부회장은 2013년 대표 취임 이후 도시가스 지주 회사였던 SK E&S를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성장시킨 공로를 인정받았다. 1974년생 최고 경영자도 탄생했다. 추형욱(46) SK㈜ 투자1센터장이 SK E&S 사장으로 선임됐다. 그는 유 부회장과 함께 SK E&S 공동대표를 맡게 된다. 추 사장은 임원에 선임된 지 만3년 만에 사장 자리에 올랐는데, 연공과 무관하게 능력과 성과를 중시하는 SK의 인사 철학이 반영되었다는 평가다. 추 사장은 2010년 SK그룹이 LNG 사업을 처음 기획할 당시 주축 멤버로,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 민간 LNG 사업을 키웠다. 최근에는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동박 사업을 SK의 차세대 핵심 사업으로 키우는 성과를 냈다.

염용섭(58) SK경영경제연구소 소장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행복경영’ ‘딥 체인지’ 같은  등 SK의 경영 철학을 마련하는데 밑거름 역할을 했다. 그룹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이끄는 조대식(60) 의장은 3연임에 성공해 ‘그룹 2인자’의 위상을 한층 더 공고히 했다.

이번 인사에서 새로 임원이 된 이는 103명으로 지난해(109명)보다 소폭 줄었다. 신규 임원 승진 중 68%가 바이오와 반도체·소재 분야에서 나왔다. 그룹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에도 변화를 줬다.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고 관계사의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가속하기 위해 거버넌스위원회를 신설했다.

SK그룹 측은 “각 회사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기반으로 고객·투자자·시장 등 이해관계자에게 미래 비전과 성장 전략을 제시하고 신뢰와 공감을 쌓는, 이른바 파이낸셜 스토리(Financial Story)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수기·최선욱·박형수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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