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도 알고 마셔야 '보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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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전통주 시장규모는 2천억원대로 커졌다. 특히 약주(藥酒)라는 용어 때문인지 '전통주=보약'으로 여기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국화를 우려낸 물에 14가지 약초를 달여 내린 술,10가지 한약재를 첨가한 술 등 건강을 앞세운 전통주들이 시판 중이다. 따라서 전통주도 알고 먹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양면성이 있어 백약지장(百藥之長)으로도 백독지원(百毒之源)으로도 불리는 술. 적당히 마시면 스트레스 해소.혈액 순환 등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전통주가 건강에 유익하다는 것을 뒷받침해줄 과학적.객관적 연구결과는 찾기 힘들다.

전통주 제조업체들도 전통주의 건강증진 효과에 대한 구체적이고 신통한 증거를 별로 제시하지 못한다. 그만큼 이 분야에 대한 연구.역학조사 등이 부족했던 탓이다.

국순당연구소 김계원 소장은 "전통주의 재료인 누룩에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주는 성분이 많다"며 "누룩(주로 밀로 제조)과 곡물(주로 쌀)의 영양성분이 전통주(특히 발효주) 속엔 그대로 남아있다"고 내세운다. 이에 반해 증류주인 위스키.브랜디 등엔 휘발 성분만 존재할 뿐 영양 성분은 거의 없다는 것.

건양대학 유태종 석좌교수는 "알코올 도수가 6%인 전통 막걸리엔 건강에 유익한 효모가 살아있다"며 "효모엔 생명현상과 관계가 깊은 효소, 비타민B복합체.단백질.미네랄이 풍부하게 들어있다"고 치켜세웠다. 이 덕분인지 장수 노인들 중에는 막걸리를 즐겨 마시는 사람이 많다는 것.

고려대 식품과학부 이철 교수는 "전통주는 대부분 발효주이기 때문에 알코올 도수가 낮아 몸에 부담이 적고 열량도 상대적으로 낮다"고 지적했다.

포도주에 들어 있다는 항산화(抗酸化.노화와 암 억제)물질은 우리 전통주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다만 정동호 전 중앙대 교수는 "술은 술로, 약은 약으로 먹는 것이 최선"이라고 규정한다.전통주에 들어가는 약재의 양이 워낙 소량이어서 약효를 기대하긴 힘들다고 보는 학자들이 많다.

조선대 식품영양과 김경수 교수는 나아가 "전통주의 원료 가운데 일부엔 인체에 해로운 성분이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이에 대한 조사와 규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통주 골라 먹기

전통주는 누룩.곡물(주로 쌀).물을 주재료로, 꽃잎.한약재 등 천연물을 부재료로 해 만든 술이다.

전통주는 크게 청주(약주).탁주.소주로 분류된다. 청주(백화주.소곡주 등)는 쌀과 누룩을 발효시킨 술밑(酒母)을 맑게 여과한 것이다. 약주를 거르고 난 찌꺼기에 물을 섞어 거른 것이 탁주(막걸리 등), 술밑을 증류시킨 것이 소주다.

한국전통주연구소 박록담 소장은 "전통주는 반주(飯酒)로 마시는 것이 건강에 좋다"며 "제철 재료로 빚은 술,숙성을 잘 시킨 술(숙취가 적다)이 건강 전통주"라고 소개했다.

우리 전통주는 대체로 황금색을 띤다.구수한 누룩향이 나며 과일을 재료로 사용하지 않아도 사과향.배향 등 과일향을 맡을 수 있다.

김계원 소장은 "색이 엷으면 맛이 담백하지만 색이 진하면 오래된 술이기 쉬워 좋지 않다"며 "8도 정도(냉장고에서 꺼낸 뒤 10여분 경과 후)로 차게 해서 마시면 좋은데 담백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더 차게,진한 맛.향을 선호하는 사람은 덜 차게 마실 것"을 권했다.

그는 한가지 맛이 두드러진 것보다는 단맛.신맛.떫은 맛.구수한 맛.쓴맛.매운 맛 등 6가지 맛이 어우러져 있는 전통주가 상품(上品)이라고 덧붙였다.

◇고문헌을 활용해 전통주 개발

전통주 개발의 교과서는 고문헌. 목포대 식품공학과 정순택 교수는 "전통주 제조법은 3백50가지 가량 된다"며 "주로 동의보감.본초강목.산림경제.임원십육지 등 고문헌에 나온 술 제조법을 활용해 전통주를 개발한다"고 설명했다.

고문헌에 근거해 술을 제조하면 일단 안전성은 보장받는다. 적어도 1백년 이상 마셔온 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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