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으로 약도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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숯가루가 의약품의 원료로 쓰이고 있다. 미국.캐나다.호주.러시아 등에선 이미 알약.캡슐.드링크류의 형태로 숯 약이 시판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독성물질 해독용으로 숯 과립 약제(상품명 '흑', 한농제약, 054-536-4474)가 최근 당국의 허가를 받았다.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의료용 숯은 타르 성분이 잔류하고 장(腸)내에서 침전되는 기존 식용 숯의 단점을 극복하기위해 소나무(적송)를 태워 만들었다.

의약용은 숯을 고압 증기로 '뻥튀기'해 표면적을 크게 넓혀 놓은 것(활성탄)이다. 표면적이 넓으면 독성물질을 보다 많이 빨아들인다.

숯은 탄소 85%,수분 10%, 미네랄 4% 등으로 이뤄져 있다. 숯의 뛰어난 흡착성(吸着性)이 약에 활용된다.

미국의 데이비드 쿠니 박사는 '활성탄'이란 책에서 "숯은 진통.해열작용, 담배의 니코틴 제거, 자동차의 배기가스 제거 등에 효과가 있고 위염.위궤양.간염 치료와 간염 예방에 유효하다"고 기술했다.

치아를 하얗게 하고 뱀에 물리거나 화상을 입었을 때도 유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췌장염.신부전.간부전.당뇨병.콜레스테롤 조절 등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숯은 한약재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한방 문헌에서도 숯에 대한 언급을 찾기 힘들다.

반면 민간에선 숯을 오래 전부터 써왔다. 간장.된장에 숯을 넣어 불순물을 제거했다. 신생아의 첫 외출시 숯검정을 이마에 발랐다. 이는 선조들이 숯의 해독.흡착기능을 잘 이용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숯가루 약을 개발중인 한농제약 관계자는 "숯은 농약이나 중금속을 잘 흡착하므로 공해시대에 사는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제독약(除毒藥)"이라고 말한다. 숯은 장내의 부패한 단백질.지방 찌꺼기, 유해한 세균 등을 제거해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높인다는 것.

이를 근거로 숯을 암치료에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 '숯가루 요법'이란 책을 쓴 실로암건강생활연구원 이정림원장은 "암 부위에 숯 패드를 올려 놓은 뒤 적외선.태양열을 쬐어주면 그 부위가 현저하게 준다"며 "음주후에 숯을 한숟갈 먹으면 아침에 편안히 일어날 수 있고 배에 가스가 찰 때 먹어도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반론도 만만찮다. 포천의대 대체의학대학원 전세일 원장은 "숯의 효능은 흡착력 외에 의학적으로 증명된 것이 거의 없다"며 "탄 고기가 암을 일으키듯 숯 자체가 해로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숯이 건강을 돕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장 운동이 잘 안되거나 장이 막혀있는 사람은 복용을 삼가야 한다고 충고한다. 또 다른 약을 복용하기 2시간 전에 먹어야 약의 흡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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