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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조사했더니…“캐디·택배기사 절반, 고용보험 안 원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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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계 권익 대변 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가 “캐디ㆍ택배기사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중 절반이 고용보험 의무 적용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설문 결과를 1일 공개했다. 특고 고용보험을 추진하고 있는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대다수의 특고 종사자가 고용보험 가입 의사를 갖고 있다”고 발표한 것에 대한 반박이다.

대한상의는 최근 특고 249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특고의 46.2%가 “고용보험 의무적용에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찬성 비율은 53.8%다. 이를 두고 대한상의는 “당사자들도 절반 가까이 반대 의견을 나타낸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무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고용보험에 가입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한 물음도 이번 설문에 담겼다. 이에 대해 특고 61.8%가 “가입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가입 의사가 없다'는 응답은 38.2%였다. 대한상의는 “상당수 특고 종사자는 여전히 고용보험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으로 해석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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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는 이번 조사가 지난달 10일 고용부가 공개한 설문을 반박하는 것이라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당시 고용부는 “특고의 85.2%가 ‘고용보험 가입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고 발표했다.

고용부 조사의 대상자는 3350명으로 대한상의 설문보다 많았다. 이에 대해 대한상의 관계자는 “고용부 조사는 소득 감소로 긴급 고용안정 지원금을 받은 특고를 대상으로 조사했기 때문에 의무 고용보험에 대한 긍정 응답이 많이 나왔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경영계에선 대한상의가 특고 고용보험 의무적용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바꾼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7월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전 국민 고용보험 도입 등 사회안전망 확충’ 방안이 담긴 협약을 의결했는데, 이 협약에 동의한 사람 중 한 명이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한상의는 "특고 고용보험 의무가입에 반대해온 건 우리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당시 협약에 포함된 '특고 종사자 특성을 고려해 노사 및 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문구를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상의는 "'의견수렴을 한다'는 내용에 대한 동의를 한 것이지 고용보험 의무가입 자체를 동의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설문조사도 의견수렴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서울의 한 택배 물류센터. 연합뉴스

서울의 한 택배 물류센터. 연합뉴스

한편 대한상의는 특고 종사자의 고용보험 의무 가입 반대 비율이 절반 가까이 되는 이유도 조사했다. 이에 대해 물었더니 특고 종사자 41.2%는 “실업 위험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두번째 이유로는 ‘소득이 노출될 우려가 있어서’(31.4%)가 꼽혔다. 대한상의는 “특고 종사자는 현금 거래를 많이 하는데 이 소득이 노출되면 세금은 물론 4대 보험까지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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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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