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마다 기타 치는 '음악 병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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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금정구 구서1동에 있는 척추질환 전문병원 새우리신경외과 박권희(朴權熙.49)원장은 척추 전문가라는 본업보다 '음악 병원장'으로 더 유명하다. 지난해 1월부터 병원 건물 5층에 공연장을 마련하고 매주 목요일 음악회를 열고 있기 때문이다.

20평 크기의 공연장에는 무대.조명.방음시설 등은 물론 피아노.드럼 등 악기들도 완비돼 있다. 좌석은 40석. 지난 1년 동안 이 무대에 선 음악인은 50명이 넘는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서혜경, 대중가요 '향수'의 이동원씨 등 유명 음악인들도 출연해 지역 문화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병원 안에도 즐거움과 흥겨움을 주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공연장을 마련했습니다. 대중음악.재즈.성악.합창.국악.실내악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무대에 올립니다. 입소문이 나면서 공연을 하겠다고 자청하는 음악인들도 늘고 있습니다."

朴원장은 공연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전문지식을 갖춘 음악인을 영입해 공연기획과 섭외를 맡기고 있다. 관객은 주로 환자와 가족, 인근 주민들이다.

"지난해 서혜경씨 공연 때는 말 그대로 입추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요즘은 퇴원한 환자들도 공연장을 찾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원탁형 테이블과 의자가 배치된 공연장은 카페 같은 분위기다. 공연 시작 전에는 병원 영양사인 朴원장의 부인 서경숙(47)씨가 마련한 식사도 제공된다. 공연장 입장과 식사.음료.다과 등은 모두 무료다.

朴원장은 이런 편안한 분위기 때문에 친목모임을 아예 공연장에서 갖는 주민들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공연장이 자리를 잡아가자 음악적 소양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에서 일주일에 두번씩 병원 직원들과 함께 드럼과 색소폰을 배우고 있다.

"올해에는 음악회뿐 아니라 모노드라마 등 연극도 무대에 올릴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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