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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에 식욕 당기는 것도 병

중앙일보

입력

얼마 전부터 다이어트를 시작한 K양. 이번만은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직장 동료에게도 굳은 결심을 알렸다. 그러나 한 달이 다 되어 가는 데도 체중은 요지부동.

그녀는 조바심을 느끼기 시작했고 주변에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들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낮 동안 그녀의 생활을 살펴보면 벌써 몇 kg이 빠졌어야 했기 때문이다.

아침은 거의 먹지 않으며, 점심도 빵 몇 조각과 블랙커피 한 잔이 전부였던 것. 눈에 띄게 먹는 양이 줄어들었는데도 체중은 변화가 없었다. 다이어트를 선언한 것이 부끄럽고 의욕이 떨어져 급기야 우울증까지 생겼다.

문제는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그녀의 밤 생활에 있었다. 밤만 되면 아침의 식욕부진은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지고 공복감이 밀려오면서 많이 먹게 되는 것이다.

그녀는 아침과는 전혀 다른 자신의 모습을 혐오하면서도 야간 탐식은 제어할 수 없었다. 자기 직전 과식하거나 자다가 일어나 냉장고를 뒤지고 먹는 일이 반복됐다.

중간에 자주 깨다 보니 수면의 질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자연히 아침이면 피곤하고 회사에서 일의 능률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생활 전반이 엉망이 되어버린 것이다.

1955년 의학계에 처음으로 소개된 '야간 식사 증후군'은 문자 그대로 야간에 식사가 집중되는 병적 현상을 말한다. 이 경우 비만 치료는 물건너간 셈이다.

특징은 저녁식사를 한 후 지속적으로 식욕이 밀려온다는 점이다. 야간에 하루 섭취 칼로리의 50% 이상을 해결하는 반면 아침에는 식욕부진을 호소한다.

또한 자다가 중간에 한번 이상 일어나고, 음식을 찾아 먹어야만 직성이 풀린다. 이런 현상이 적어도 일주일에 3일 이상 나타난다.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야간 식사 증후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원인은 이직 밝혀져 있지 않다. 하지만 뇌기능에 문제가 있음을 시사하는 몇가지 단서가 포착됐다. 환자들의 경우 야간에 멜라토닌.렙틴 호르몬이 정상인보다 더디게 증가하며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의 수준은 정상인보다 높다는 것이다.

또한 야간 식사 증후군은 식사장애뿐 아니라 수면장애.기분장애의 증상을 일부 공유하고 있다. 그러므로 치료는 수면 문제와 기분장애도 고려해야 하며, 교란된 생활리듬을 회복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돼야 한다. 최근에는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가 야간 식사 증후군 치료에 좋은 효과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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