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장애 '적외선 안경'으로 찾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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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에서 개발한 '적외선 안구감지 고글'이 어린이 '읽기 장애'의 조기 진단 기기로 각광받고 있다.

안구에는 한쪽에 6개씩 근육이 붙어 있어 양쪽 눈의 조화로운 움직임을 통해 물체를 파악한다. 모두 12개의 근육 가운데 어느 한개라도 다른 근육에 비해 약하거나 강할 때 사시가 되는 등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이같은 증상은 물체의 형상이 시각을 통해 뇌에서 올바른 영상으로 종합되는 것을 방해하면서 읽기장애 등을 유발한다. 읽기장애 현상은 책을 읽어도 이해를 어렵게 만들 뿐 아니라 이같은 현상이 반복되다 보면 책을 멀리하게 된다.

사시와 같이 겉으로 봐도 금방 표가 나는 것은 쉽게 진단이 가능하지만 평상시 정상으로 보이다가 책을 읽는 등 안구를 움직일 때 잠시 동안 나타나는 비대칭 증상은 진단하기가 상당히 까다로운 편이다.

실제 사시가 없는 어린이들의 학습장애 현상은 일시적으로 반복되는 안구의 '따로따로' 움직임 때문이라는 것.

2000년 스웨덴 베르나도트 연구실이 개발한 '적외선 안구감지 고글'은 읽기 장애의 조기 진단에 결정적인 모델이 됐다. 연구는 군나르 레너스트란드 박사의 주도로 이뤄졌다.

이 고글은 적외선을 눈동자에 쏘아 되돌아오는 적외선을 감지, 양쪽 눈동자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원리다. 어린이들도 아무 거리낌없이 안경처럼 착용할 수 있다.

이 연구소의 얀 이게 책임 연구원은 "이같은 방식으로 스웨덴에서 매년 1백여명의 어린이 환자를 가려내고 있다"며 "이 장비에 관심을 갖는 세계 곳곳의 병원들이 이용 문의를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어릴 적 안구에 나타나는 미세한 비정상적 증세가 발달 중인 어린이의 뇌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수도 있으므로 가급적 빨리 진단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 고글은 감성공학에도 이용하고 있다.

매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는 최근 이 장비를 응용, 재미있는 연구결과를 냈다.

성인에게 고글을 씌워 수초 동안 '모나리자'를 감상하게 한 뒤 안구의 움직임을 추적한 결과 시선이 모나리자의 눈동자에 주로 머물렀다.

성인의 절반 이상이 이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임으로써 미술품, 특히 인물화를 감상할 때 눈 부위를 통해 예술적인 감흥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는 화가들이 인물화를 그릴 때 눈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에 앞서 1990년 대 미국 존스홉킨스 병원 등이 콘택트 렌즈를 끼우듯 수정체에 직접 렌즈를 끼워 안구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장비를 개발했지만 어린이들은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 진단에 어려움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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