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환자 합병증 막으려면]

중앙일보

입력

'당뇨병은 제2의 나병?'

감각이 무뎌져 손과 발에 상처가 나도 느끼지 못하는 당뇨 합병증을 두고 하는 얘기다.

최근 타임지는 아시아 지역의 당뇨환자가 8천9백만 명으로 추산되고, 2025년에는 1억7천만 명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 기사를 커버스토리로 다뤘다.

우리나라 역시 국민 10명 중 1명이 당뇨환자일 정도로 '당뇨 대란'은 피할 수 없는 상황. 당뇨환자에게 가장 흔한 합병증인 신경병증의 예방과 관리에 대해 알아본다.

◇합병증 중 가장 많은 신경병증

신경병증은 혈액 내의 높은 혈당이 신경세포를 망가뜨려 통증이나 사지(四肢)저림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당뇨 합병증.

걸쭉한 고혈당의 혈액이 신경세포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작은 혈관을 막아 손상시킨다. 마치 설탕물에 재워놓은 육류가 빨리 흐물흐물해지는 것과 같은 원리.

국내에서 1천4백42명의 당뇨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당뇨병 발생 4년 이하에선 18%, 5~9년에선 40%, 10년 이상에선 64%가 신경합병증으로 고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신경병증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을지병원 족부클리닉 이경태 교수가 당뇨환자 2백16명을 대상으로 발관리 실태를 조사한 결과, 75%가 당뇨 발질환 검사를 한 번도 받아보지 않았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유의

증상이 가장 잘 나타나는 부위는 손과 발. 이경태 교수는 "신경합병증은 발의 경우 양말을 신은 부위, 손은 장갑을 끼는 부위에서 많은데 이는 말초혈관이 몰려있는 것과 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증상 초기는 시리거나 저리고 화끈거리며, 좀더 진전되면 뭔가 이물질이 붙어있는 듯한 이상감각을 느끼다 마지막에는 무감각해진다.

이 단계에선 혈관까지 망가져 발에 상처가 나도 회복이 안되고 괴사가 진행돼 절단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미국의 경우 매년 5만명 이상이 당뇨병으로 발을 절단하고 있을 정도.

더욱 심각한 것은 뇌신경이나 척추신경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 흔하지는 않지만 신경 분포를 따라 눈꺼풀이 가라앉기도 하고, 두통이 생기며 손발을 움직이는 신경이 망가져 활동에 제한을 받기도 한다.

때론 자율신경계를 침범하기도 한다. 신촌세브란스 내분비학과 차봉수 교수는 "위장과 같은 불수의(不隨意)근을 지배하는 신경이 손상되면 소화불량이나 복부 팽만감.변비가, 심혈관계 신경을 침범하면 심부전이나 심장마비, 비뇨생식계에선 발기 부전.빈뇨.요실금 등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혈당 관리가 최선의 예방

적정한 혈당수치를 유지하는 것이 합병증 예방의 첫번째 수칙. 정상 범위인 공복시 1백10㎎/㎗, 식사 두시간 후 1백40에 가까워지도록 운동량과 음식을 조절해야 한다. 식사는 섬유질을 듬뿍 섭취하되 지방식.탄수화물 중심의 식단은 피하는 것이 요령.

현미나 채소에 들어있는 섬유질은 혈당이 갑작스럽게 올라가는 것을 막아 인슐린 분비기관인 췌장의 부담을 줄여준다. 사과주스보다 사과를 통째로 먹도록 권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

흡연도 절대 금물이다. 담배는 말초혈관을 좁혀 가뜩이나 걸쭉해진 혈액의 소통을 막는 주범이기 때문이다.

정기적인 혈당 체크는 기본. 최근 선보이는 자가(自家)혈당측정기들은 간편하면서도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

한국존슨앤존슨의 '슈어 스텝'은 15초 만에 결과를 알 수 있고, 1백50개의 검사결과를 저장할 수 있다.

같은 회사의 '스마트 스캔'은 크기가 적어 휴대가 편하고, 2.5㎖의 적은 혈액으로도 혈당을 측정할 수 있다.

로슈의 '글루코 트랜드'도 1백25개의 자료 저장이 가능하고, 에보트의 '프리시전'은 온도 보정기가 부착돼 주위 온도에 자동적응하도록 돼 있다.

또 국내 벤처기업인 올메디쿠스에서 개발한 글루코 닥터는 순금 박막을 전극(電極)으로 사용하고, 외국제품보다 40% 정도 가격이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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