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도 성형할 수 있다

중앙일보

입력

‘웬지 모르게 끌리는 사람이 있다면 그의 목소리에 주목하라’

의학박사이자 세계적 음성 훈련가인 미국의 모튼 쿠퍼는 외모나 성격 못지 않게 음성이 매력 형성에 중요하다고 설파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나 윈스턴 처칠의 강력한 리더쉽도 그의 목소리에서 비롯됐다는 것.송년회 등 모임이 많은 연말은 성대가 가장 혹사당하는 계절이다.

담배 연기가 가득한 노래방에서 목청껏 노래부르다보면 목이 잠기고 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영동세브란스병원 음성재활연구소 최홍식 교수의 도움말로 매력적이며 건강한 목소리를 위한 방법들을 소개한다.

◇매력적인 목소리란

풍부한 성량과 맑은 음색을 지닌 음성이 좋은 목소리다. 플라시도 도밍고와 존 덴버의 노래 'Perhaps Love'가 도밍고의 성량과 덴버의 음색이 돋보이는 대표적 사례다.

일반인이 알고 있듯 고저와는 상관이 없다. 남자는 저음일수록, 여성은 고음일수록 좋다는 것은 잘못된 상식이라는 것. 오히려 울림 현상이 중요하다. 성량이 풍부하고 음색이 맑을수록 공명(共鳴)에 의한 울림 현상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성대를 배려해야

후두에 위치한 성대는 발성기관. 남성은 1초에 1백~1백50회, 여성은 2백~2백50회나 진동한다. 목소리를 크게, 자주 사용할수록 성대는 탈진에 빠진다.

가수와 강사.교사.아나운서 등 목소리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에게 쉰 목소리 등 탈이 많이 생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고음이 좋지 않다. 고음일수록 성대의 장력(팽팽함)이 증가하고 진동수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건조한 공기도 좋지 않다. 건조할 경우 성대를 둘러싸고 있는 점막이 끈끈해져 목소리가 잠기게 한다. 연설 전 날달걀을 먹는 것은 도움이 된다.

간접적으로 성대 점막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성대가 탈진에 빠져 목이 쉬면 가능하면 며칠 동안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말을 많이 해 목소리가 쉬었는데 바로 중요한 연설이나 강연을 해야하는 경우라면, 응급처방으로 병원에서 스테로이드를 투여받으면 일시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복식호흡이 좋다

목소리를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가 바로 호흡방식이다. 가능하면 배로 숨쉬는 복식호흡이 가슴으로 숨쉬는 흉식호흡보다 좋다. 복식호흡은 흉식호흡보다 30% 정도 많은 폐활량을 확보할 수 있다.

폐활량이 많을수록 폐에서 성대로 가해지는 공기의 압력이 높아져 성대가 힘들이지 않고 손쉽게 소리를 낼 수 있다. 소리는 들숨보다 날숨에 의해 형성되므로 복식호흡시 가능하면 들숨보다 날숨을 길게 갖는 것이 좋다.

◇공명으로 목소리 길들여야

공명이란 성대에서 나온 소리가 입 안에서 입술로 터져 나오기 전까지 울리는 현상. 목소리의 품질을 최종적으로 결정짓는 중요한 과정이다. 가능하면 충분히 공명을 일으키는 것이 좋다.

평소 자주 입술을 다문 채 '음~흠~'의 소리를 내는 것이 좋다.'음~흠~'등 공명음을 반복해 내다보면 자신의 성대 구조에 가장 알맞은 음조와 음색으로 목소리를 길들일 수 있다.

'도'에서 '솔'까지 옥타브를 올려가며 발성 연습을 하는 것도 권장된다. 그러나 '라'이상의 고음으로 음역을 올리게 되면 성대에 부담을 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위산 역류를 막자

위산이 식도를 통해 거꾸로 입으로 역류한 다음 다시 기도(氣道)를 통해 미세하게 성대에 침투하면 목소리가 잠기고 잘 쉬게 된다. 이 경우 제산제와 위장 운동기능촉진제 등으로 위산 역류를 먼저 치료해야 좋은 목소리를 얻을 수 있다.

이 점에서 연설 전 커피를 마시는 것은 좋지 않다. 커피 속의 카페인이 위장과 식도를 조여주는 괄약근을 느슨하게 만들어 위산이 잘 역류하기 때문이다. 담배와 술, 기름진 음식도 위산을 역류시키므로 목소리에 좋지 않다.

◇성대의 질병은 고쳐야

후두염과 성대 결절, 후두암 등 성대에 질환이 생겨도 목소리가 쉬는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수술이나 약물로 원인 질환을 치료하면 목소리가 좋아진다. 남자인데 여성의 고음이 나는 경우는 변성기때 성대 근육이 과도하게 긴장한 상태에서 목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남성 60명중 1명 꼴로 발생하며 이 경우 후두 마사지와 근육 이완법을 병원에서 배우면 1,2주 이내에 저음의 목소리를 얻을 수 있다. 심한 경우 보톡스를 성대 주위 근육에 주사해 치료하기도 한다.

질병은 아니지만 목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훈련에 의해 개조할 수도 있다. 보통 양쪽 성대의 접촉면적이 원하는 위치에서 가장 크도록 수축하는 훈련을 실시한다. 대개 일주일에 1, 2회씩, 1회에 30분씩 두 달 동안 음성재활훈련을 받으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